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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피 Aug 28. 2021

일의 목적을 먼저 파악하자

일을 잘한다는 것 (1)

 그 사람 일 잘해!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일을 한다. 돈을 벌기 위해, 기회를 얻기 위해,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성취하기 위해,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한다. 메시는 축구를 잘하고 페이커는 게임을 잘한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잘한다.

직장인에게 있어 일을 잘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프로 운동선수나 프로게이머를 보면 30분 만에 그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하다못해 동네 조기축구에서도 몸 푸는 모습만 보고 대략적인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장인이 일 하는 모습을 30분 본다고 해서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있을까? 의외로 알 수 있다. 누군가가 유심히 보지 않을 뿐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제 아무리 축구의 신 메시라도 골을 못 넣고 우승을 못했으면 일 잘한다는 말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목표를 달성한다. 메시는 골을 넣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영업사원은 판매를 하고 마케터는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인사팀은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고 유지해야 하는 목표가 있다. 내 인생의 목표는 내 의지대로 설정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직업을 갖겠다든지 어떤 나라에 여행을 가보겠다든지 멋진 몸을 만들어 바디 프로필을 찍어보겠다든지 하는 목표는 결국 내가 설정한다.

직장인으로서 갖는 목표는 그럼 하늘에서 떨어지나? 그렇다. 위에서 내려온다. 물론 진정한 의미에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는 회사도 많겠지만 대부분의 목표는 경영진의 전략방향에 의해 결정된다. 나는 겉으로 보기에 스스로 목표를 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강제적으로 목표가 설정된다. 회사의 뜻에 함께 해야 한다.


목표는 목적에 의해 정해진다. 이쯤에서 목적과 목표의 차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목적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상태나 방향을, 목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가리킨다. 결국 '멋진 몸을 만들자'가 목적이라면 '10kg를 빼자'는 목표다. 모든 일에는 목적이 있고 그에 맞는 목표가 부여된다. 목적은 이유(Why)다. 멋진 몸을 갖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다.


업무를 지시하는 윗사람들은 보통 친절하지 않다. 친절할 수 없다. 바쁘다. 윗사람이 업무를 지시하면 목적을 꼭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웬만하면 먼저 목적을 말해주지 않는다. 목적을 알고 최종 이미지를 공유받아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사로부터 '브랜드별 판매실적'을 정리해서 퇴근 전까지 보여달라는 업무를 지시 받았다면 실무자는 해당 자료가 왜 필요한지, 최종 독자는 누군지, 그 자료가 어떤 곳에 쓰이는 건지 목적(Why)을 알아내야 한다. 해당 자료가 최고경영자에게 보고하기 위함이라면 대그룹별, 분기별 실적을 담당 임원에게 보고하기 위함이라면 중그룹별, 월별 실적을 팀장이 단순히 실적을 트래킹 하기 위함이라면 소그룹별, 주별로 자료를 만드는 게 좋다(단순 예시일 뿐이고 실제로 어떤 수준의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지는 회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또한 목적을 묻고 일을 진행하게 되면 업무의 리스크가 줄어든다. 시키는 일을 그저 시키는 대로 처리한다면 한 소리 듣고 그 일을 다시 해야 하는 슬픈 상황이 발생한다. 기분도 상하는 데다가 야근까지 해야 한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업무지시자에게 목적을 묻고 최종 이미지(아웃풋)를 공유하는 것은 이런 리스크를 방지해준다. 예컨대 아래와 같이 대응하면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된다.


팀장 "신규 브랜드 SNS 홍보 방안을 보고서로 만들어서 보고해주세요"

팀원 "지난 분기 론칭했던 A브랜드 홍보기획안처럼 만들면 될까요? 상무님 보고하시는 건인가요?"

팀장 "전무님 보고 건인데 A브랜드 홍보안 보다는 콤팩트 하게 만들어주세요. 큰 줄기로 세부 실행계획은 빼고 이미지를 많이 넣어주세요"

팀원 "그럼 A브랜드 홍보 안에서 세부 실행계획은 빼는 수준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내일 퇴근 전까지 해드리면 될까요?"

팀장 "내일 오전까지 부탁할게요"


단 2번의 질문만으로 많은 고민이 없어졌다. '신규 브랜드 홍보기획안을 만드는 아주 복잡한 일'이 'A브랜드 홍보안에서 세부실행계획을 뺀 양식을 사용하여 신규 브랜드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 넣고 내일 오전까지 보고하면 되는 명확한 일'로 바뀌었다(더 빨리 보고할수록 유리하다). 목적 확인은 복잡해 보이는 일을 단순하게 만든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의 저자 사이먼 사이넥은 What이 아닌 Why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무슨 일(What)을 하는가는 단지 Why를 증명하기 위함일 뿐이며 위대한 기업들은 모두 Why에 집중해왔다고 말한다. 애플의 존재 가치는 '아이폰(What)'이 아니라 'Think different(Why)'다.


사이먼 사이넥,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타임비즈


건물을 지을 때 미리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처럼 최종 이미지를 상사와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큰 틀에서 일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다. 바빠서 일을 막 시키는 상사도 충분히 생각해보지 못한 일의 아웃풋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모든 일을 함에 있어 일의 목적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최종 이미지(아웃풋)를 상사와 공유하자. 일을 2번 하지 말고 욕도 덜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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