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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피 Aug 29. 2021

생각하며 일하자

일을 잘한다는 것 (2)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매일매일 진행되는 루틴한 업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제외하고 우리는 결정을 받기 위한 보고를 해야 한다. 특히 긴 호흡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적절한 시점마다 중간중간 보고하여 상사에게 일의 진척상황을 알리는 것은 기본이다. 때로는 사소한 부분이더라도 내가 해결할 수 없어 끙끙 앓고 있던 문제가 상사에게 보고하면 꽤나 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상사는 나보다 경험이 많고 유연하다.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결정을 상사에게 아웃소싱 해버리면 안 된다. 그들은 하루에도 골치 아픈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뇌에 피로감이 몰려오고 한계를 느낀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결정을 유보하게 될 수도 있다.

두서없이 모든 것을 보고하고 결정을 내려달라고 하는 사람은 본인의 입장만 생각한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발전도 없다. 경우에 따라 최악의 보고는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할까요?"가 될 수 있다. 상사에게 일을 밀어내버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는 내 생각도 함께 보고해야 한다. 

현상황 - 핵심문제 -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 - 백업 방안

내가 애용하는 나만의 보고 툴이다. 현상황을 아주 간단히 설명하고 핵심문제 및 나만의 솔루션을 이야기한다. 그 솔루션이 이슈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백업(대안)까지 준비하면 좋다(쉽지 않다).

이렇게 보고할 경우 상사의 피드백은 2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내가 제시한 솔루션대로 처리를 하라고 하거나 본인의 솔루션을 제시해준다. 결국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해결되지 않더라도 상사가 컨펌한 솔루션이기 때문에 뒤탈이 없다. 피곤한 상사도 0에서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빠른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상사도 이런 사람들이 일 잘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 생각을 함께 보고하는 습관을 들이면 생각의 힘이 늘어난다. 문제를 그저 넘겨버리지 않고 고민해봄으로써 생각하는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내 업무에 대한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답안지를 보지 않고 수학 문제에 대한 해답을 고민하는 학생이 창의적인 해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오히려 문제를 풀기 위해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게 된다. 내 일에 대해서는 내가 고민해야 한다.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인공 황시목(조승우) 검사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독백을 하며 다양한 방향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장면들을 좋아했다. 생각의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으면서 사고를 확장하는 그의 모습이 섹시해 보였다. 섹시한 직장인이 되고 싶다면 가져야 할 모습이다. 

비밀의 숲 2, tvN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님이 1997년 유일하게 쓴 에세이집 제목은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이다. 제목에 끌려 책을 구입하려고 봤더니 책값이 20배가 됐다. 아무튼 기업의 회장은 아니지만 월급을 받는 우리 직장인들도 '생각 좀 하며 일을 해보자'. 생각하며 일하는 사람은 결국 성장하게 될 것이다. 직장에서도 인생에서도.

이건희, 『이건희 에세이 -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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