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아이들이 아빠 생각해서 주는 걸 자꾸 거절하면 다시는 안 줘요!"
어린 자식이 입에 넣어드리는 과자를 한사코 마다하시는 아빠를 볼 때마다 엄마는 안타깝다는 듯 이렇게 한 마디 하곤 하셨다.
반면 엄마는 우리가 입에 넣어드리는 것이 무엇이든 단 한 번 싫은 내색 없이 받아 드시며 어린애처럼 활짝 웃곤 하셨다.
그랬다.
엄마는 거절하는 법이 없으셨다.
어린 자식들이 엄마,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해드린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좋아하셨고, 우리가 가자고 하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묻지도 않고 따라 나서셨다.
그래서 우리는 더 신이 난 건지도 모른다.
엄마는 주어진 모든 것에 호의적이고 호기심과 사랑이 가득한 분이셨다.
맑은 물처럼 투명하고 부드러운 엄마의 사랑은 7남매의 마음 어디로든 끊임없이 흐르고 넘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엄마가 참 좋았다.
너무 좋은 나머지 그저 아깝고 아까울 정도로!
7남매 중 살가운 네 딸은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부터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매달 엄마, 아빠를 위한 선물 상자를 한 가득 택배로 보내기 시작했었다.
큰언니가 하면 그 다음은 둘째 언니가, 그리고 나면 내가, 그리고 다음엔 막내가!
좋아하시는 것들로만 채워진 상자를 매달 잊지 않고 고향집으로 보냈다.
받을 때마다 아이처럼 좋아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며......
엄마가 떠나신 후 수많은 시간을 시름과 우울로 지내시던 아빠였다.
무릎이 아파 집 밖으로는 다닐 수 없으시다던 아빠가 지금은 우리와 어디든 가신다.
입맛을 잃고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셨던 아빠가 지금은 우리가 사드리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나게 드신다.
7남매의 자식들은 아빠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함께 간다.
아빠의 안부와 안색을 살피는 자식들에게 아빠는 행복한 표정으로 화답하시며 우리를 안심시켜 주신다.
엄마와의 추억을 담담하게 나누는 사이!
아빠는 생전 아빠에게 당부하시던 엄마의 말씀을 떠올리기라도 하시듯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셨다.
술과 담배를 끊으시고 식사도 잘 하시며 얼굴 가득 사랑과 애정이 넘친다.
집을 나서는 자식들에게 다정함 가득 담아 손을 흔들며 배웅하시는 모습 속에는 엄마도 아빠도 모두 보인다.
무뚝뚝하던 예전의 아빠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늘 아이처럼 천진하게 사셨던 엄마!
아빠 역시 점점 닫히려는 마음의 문을 끝까지 붙잡고 우릴 맞이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하고 계신지 모른다.
편찮으셨던 몸도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더 건강해지셨음을 느낀다.
아빠의 변화는 유연하기에 더 강력하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주고 싶다고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받아들일 수 있어야 끊임없이 주어지는 것이다.
아빠에게 자식들의 극진한 사랑이 넘치는 이유일 것이다.
아빠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 젊으시다.
젊음이란 그런 것이다.
언제나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고집스럽고 불같았던 젊은 시절 가질 수 없었던 아빠의 젊음은 어쩌면 지금이 가장 전성기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