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엄마의 진정한 의미

by 라온제나

중학교 3학년 딸아이는 지금도 가끔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두말없이 읽어주곤 한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 있는 전집이며 동화책이며 온갖 책을 섭렵한 아이가 책 읽기가 힘들어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하는 건 아니리라!

더구나 단순히 글자를 안다고 글을 온전히 다 읽을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읽어줄 일도 없는 일이리라!

딸아이는 이미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책을 읽어낼 줄 아는 아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수준 그 이상의 책을 흥미롭게 읽곤 하는 아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눈으로 글자를 읽어내는 물리적 행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이와 함께 서로의 눈빛을 읽어내고, 목소리를 들으며 평안함과 안락함을 느낀다.

이것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최고의 정서적 교감을 선사할 것이다.

그렇게 책을 매개로 글을 섬세하게 음미함으로써 아이와 엄마, 책 사이에 감정과 영혼을 불어넣는 재창조의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다.


"독서란, 눈의 움직임이라는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독자가 책에 감정과 영혼을 불어넣는 재창조의 행위이다."(알베르토 망구엘)


책 읽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픈 부모들의 바람이 크지만 그 효용성과 방향성, 목적과 가치 등 시각차는 생각보다 크다.

인생을 좀 더 지혜롭고, 깊이있고, 충만하게 살아가기 위한 의미를 넘어 학업이나 성공을 위한 유용한 발판으로 삼을 욕심이라면 또한 과정과 결과에 대한 다양한 의견 차이가 발생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아니라 읽었으면 좋을 책을 고집하는 엄마가 생기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와 책만 좋아하는 아이에 대한 평가도 현저히 달라지게 된다.

책으로 인해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할 수도 있다.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은 알지만 이것이 아이의 학습 시간과 공간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민감하고 냉정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에겐 책에 몰입할 충분한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할 텐데도 말이다.


책과의 관계에서 정작 아이가 소외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격식이나 원칙에서 벗어나 가볍게 접근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쉽고 재밌는 책을 읽어주며 같이 깔깔거리거나!

주말이면 온가족이 함께 도서관이나 만화방에 가서 각자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거나!

또 때론 서점에 가서 좋아할만한 책을 서로에게 추천해주거나!


위대한 고전이나 교양서적을 각 잡고 읽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좀 벗어난다면,

글자를 아는 아이에게 어릴 적 즐겨있던 동화책을 언제라도 다시 읽어줄 여유 정도는 생기지 않을까?

그때부터 아이는 자신만의 책을 온전히 읽어낼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미니멀리즘의 진짜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