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동행
우리 동네 종합병원 근처엔 한우곰탕집과 손님이 끊이질 않는 중국집이 있다. 점심께 한우곰탕집에 가면 식사가 어려우시거나 아주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오신다. 보호자들은 예민하고 약간 날이 서있다. 기억을 왜 이리 못하냐고 아빠에게 잔소리를 하는 나보다도 어려 보이는 딸 같은 여자가 공증에 대해서 오해 말라는 이야기가 혼밥 하는 내 귓가에 스테레오 사운드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휠체어에 계시는 어머니한테 한 숟갈이라도 더 먹여보려는 아들의 날 선 짜증.. 독한 약 때문에 기침을 하다 구토를 하는 어머니.. 아이 대하듯 너는 왜 안 먹냐는 엄마말에 나는 안 먹는다 엄마 빨리 먹으라는 아들의 채근.. 엄마가 흘린 토사물을 닦고 엄마의 휠체어를 밀고 나가는 아들의 등 뒤로 뒷정리를 하는 곰탕집 이모의 말. "그래도 오늘은 다 드셨네.."
신사모를 쓴 할아버지는 혼밥 후 언제나 여기가 최고라고 아주 맛있게 먹었고 감사하다고 말씀하는데
영혼 없는 곰탕집 이모의 끄덕임..
할머니 두 분은 곰탕집 이모를 보고 카운터가 아들이냐 복스럽게 생긴 걸 보니 엄마인 곰탕집 이모가 아주 복스럽고 이쁘네 홓홓홓홓..
생전 처음 보는 사람끼리 스스럼없는 외모칭찬이라니. 아주 정겹긴 하지만 대단한 친화력이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정겨운분위기였고 나는 속으로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건너편 중국식 반점에는 가운을 입은 병원직원들이 빨리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점심 대량포장을 해가거나 사람 많아 혼밥은 동석이다. 곰탕집보다는 남녀노소 연령층이 다양하다. 적어도 소화가 좀 더 잘 돼야 올 수 있고 기름기 짜기에도 끄떡없는 건강이어야 올 수 있는 곳.. 첫째 때도 없던 임신성당뇨를 겪으면서 매일 세 번씩 손가락 끝을 찌르면서 중국집음식의 혈당스파이크를 몸소 체험한 후로.. 출산 후 몇 개월간은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삼십 년 뒤에 난.. 좋아했던 음식을 혼나지 않고.. 여전히 먹을 수 있을까 상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