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을 사기 전에 맨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어느날 우연히 그 바위에서 슬프고 우울한 표정의 할아버지 얼굴이 보였다. 이번에 토목공사를 하면서 어찌어찌 앞 화단에다 이 집의 지킴이 돌로 두었는데, 신기하게도 할아버지가 편안히 잠자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사람 사이의 인연이든, 사람과 자연과의 인연이든, 인연이란 이렇게 또 이어지는 것 같다. 다른 무언가와 또 다시 맺은 인연의 싹을 세상 곳곳에 뿌리며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드디어 편안해진 이 집에서 오래전 살았을 스쳐간 영혼들에 인사를 한다.
빠리3구에 있던 나의 갤러리 자리도 아주 오래전 뽕삐두센터가 생기기 이전에는 사창가 골목이었다고 했다. 그 비싼 빠리 마레지역에서 우리 건물이 좀 싸게 나왔던 것도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 건물은 ‘Local morte’, 소위 터가 센 자리로 소문이 났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나는 계약 후 그 건물에 들어가서,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출근길에 생화 한 아름을 사다가 꽂았다. 슬프게 자기 몸을 희생하며 번 돈으로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보탰을 착한 영혼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영혼들이여, 이 꽃처럼 다음 생에는 아름다운 곳에 태어나시길….”
이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는 그저 눈길 한 번 줄까말까 하던 돌들에 대해 요즘 신기하게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돌들의 표정을 살피고, 돌들과 대화한다. 그들과 조금씩 교감이 되어가는 듯하다.
광활한 우주 속의 점 하나, 각자의 인연법에 따라 인간에게 다가오는 자연의 한 조각. 그들은 참 다양한 표정과 모습으로 나에게 우주적 연대를 선사하고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