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요? 이걸요? 왜요?
[MZ의 3요]를 듣던 초창기에는 멘붕이었다.
'뭐지.. 지금 따지는 건가?
이건 OO직원 담당 업무니까 OO직원에게 하라고 말했는데
제가요오? 이걸요오? 왜요오??
그럼 누가 해?
그래.. 부서장도 아닌 내가 말한 게 잘못이지..
그나저나 젊은이들하고 일하기 힘들구먼..'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신입이던 시절,
나도 이런 말을 해보고 싶었으나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터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었던 터라
입이 댓 발 나올지 언정
속마음은 투덜거리면서도 상사가 지시한 업무를 처리했던 터라
부럽기도 했다.
[네]로 살아온 나에게
예상치 못했던 [3요]가 대꾸되자 당황했다.
당연히 "네" 일 줄 알았는데
"~요?"가 되돌아오니
나는 무엇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 명확함이 없어서 당황스러웠고, 당황스러움에 이어 화가 나기도 했다.
따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말대꾸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왜! 하필 제가 해야 하나요?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왜! 굳이! 하나요?'
퇴근 후 아이들과 저녁 먹으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중 내 아이가 부당하게 당했던 내용에서
나는 발끈했다.
"왜 가만히 있었어?
싫으면 싫다.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해야지"
"말 안 하면 아무도 네 마음 몰라"
"네 생각을 의견을 표현해야
상대방이 하던 말과 행동을 멈추고 조심할 거 아니야"
"그건 무례한 게 아니야
너 자신을 지키는 정당한 일이야"
자려고 누웠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의사표현을 잘하라고 가르치면서
회사에서는 후배동료의 의사표현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고 있는 나는 뭐지?'
후배동료는
어떠한 이유로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이 해야 하는지
어떠한 이유로 그 일을 할 필요가 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했을 수도 있는데
타당성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일 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과거에 어떠했었지?
상사 :
"따지지 좀 말고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말 안 해도 알지?"
"알아서 좀 잘해봐"
나 : 네에....
(몰라요... 독심술 가진 사람이 세상에 있나요?
설명하기 귀찮아서, 본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퉁치려고 하는 거 다 알아요..)
나도 싫었었군.. 물론 지금도 싫고.
무엇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하자는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자는 것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그냥 해"라고 하는 것이 인격 모독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나를 테스트해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었고..
"이게 아니잖아"라는 말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그런 과정, 그런 시간들이 정말 싫었었다.
[나의 과거 경험]과 [현재 내가 내 아이들에게 길러주고 싶은 태도]를 종합해 볼 때
[3요]를 "말대꾸"라고 생각했다는 것은 "오류"였다.
'무턱대고 지시한다'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말하기 전에 스스로 한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다.
이유와 방향을 포함해서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말해야 하나?'라 생각하지 말고
후배동료가 삽질 한 번이라도 덜 하도록
설명도 해주어야겠다.
그 설명을 하려면
나 또한
이 직원에게 이 업무를 배분하는 것이 타당한가
사전에 체크해 볼 수 있으니 좋은 기회도 될 것이다.
나의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구성원이 되었을 때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그 생각을 인정받는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내기를 원한다면
지금부터 그러한 분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