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라미수 Aug 02. 2024

MBTI - I라서, 소중한 점심시간

점심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투자하면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점심은 동료들과 함께 먹었다.

점심을 혼자 먹겠다고 하면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좋든 싫든 다수의 메뉴에 따르고

좋든 싫든 대화 주제에 참여하고

좋든 싫든 같이 웃고, 상사 흉을 보면서 점심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로

점심에 도시락을 먹는 사람이 한둘씩 생겨났다.

나도 그때부터 점심으로 도시락을 가져와 먹었다.


처음에는 도시락을 휴게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먹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점점 심각해지고

재택근무자도 생기면서

도시락을 모여서 먹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먹는 사람이 한둘씩 생겨났다.

나도 그때부터 내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주변 사람과 대화 없이

조용히 밥을 먹는 내 모습이 뭔가 낯설고

타인의 시선도 신경 쓰이고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심시간이 좋아졌다.

12:00~12:20 혼밥 도시락

12:20~12:50 혼자 걷기

12:50~13:00 10분 쪽잠


도시락을 먹으니

과식을 하지 않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고 내 건강에 도움이 되는 메뉴로 선택이 가능했다.


점심 도시락을 먹고 나서 걸었다.

하늘 한 번 보고, 초록 초록 나무 한 번 보고,

바람도 좋고, 햇살도 좋고, 음악도 좋고

그렇게 만끽하며 걸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밖에 나가지 못하는 날에는

아무도 없는 회의실, 사무실에서 그냥 걸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운다는 마음으로

음악에 집중해 본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차분하게 걸었다.

화가 많이 났던 날에는

소리를 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나를 대신하여 울분을 터뜨려주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기도 했다.




외롭지 않으냐고 누군가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어서 그런지

외롭기보다는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꼈다.

점심시간을 동료들과 함께 보낼 때는

타인을 배려하고 눈치 보고 신경 쓰느라 기운이 딸리기도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지니 회사로부터의 완벽한 해방감을 느꼈다.


나는 MBTI - I(내향)라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에너지가 채워지는 성향인데

근무시간의 중간지점인 점심때 이렇게 에너지 충전 타임을 가지게 되니

'오~~~20년 직장생활에서 숨통이 트이는구나' 싶었다.


벗어나고 싶었던 장소와 감정들에게서

잠시라도 훌쩍 떠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오전에 회사 일로 쭈그러진 내 얼굴이 조금씩 펴지고

답답했던 내 가슴에 시원한 바람이 서서히 들어와

내 마음이 회복되고, 안정을 채워주어

오후 근무를 완주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월요일 점심시간

도시락을 먹으며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 영상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오은영 박사님의 [한계를 잘 다루는 방법]을 클릭했다.

오은영 박사님은 말씀하셨다.

"나의 장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약함]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한발 물러서서 나의 한계를 바라보는 것이 나를 잘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의 나약함, 아픔, 화남, 질투심, 좌절과 같은

외면하기 쉬운 내면의 한계들을 알아야 인정할 수 있고,

그래야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그래야 나라는 나무의 뿌리가 단단해지고,

그래야 그 뿌리를 딛고 살아갈 수 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잊어버린다.

그러나 매일매일 생활 속에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정말 중요하다.

'내가 오늘 기분이 안 좋은데 이게 어떤 마음이지?'

이렇게 자신을 들여보다는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아....

'내가 나를 들여다보고 파악하고 알아가고...'

아....


아침저녁으로 아이들 키우느라

낮에는 회사를 다니느라

매 순간, 매일 느끼는 용량한도 초과의 감정들에게서

한발 물러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었구나

내가 이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구나


이제부터 점심 걷기 시간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으로도 활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단지 회사에서 벗어나는 시간으로만 쓰지 말고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도 채워보자!


내가 무엇 때문에 화(짜증, 좌절)가 났는지

나는 어떤 순간에 화가 나는지

화가 난 진짜 원인은 무엇인지

나의 화를 건드리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소중한 점심시간이 더~ 소중해졌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가질 수 없었던

나만의! 나를 위한! 시간이 바로 점심시간이므로.

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된

중요하고 귀하디 귀한 점심시간을 통해

내가 나를 차츰 알아가고

그로 인해 나의 마음이 편안해지면

내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온화해지고

동료와의 관계가 좀 더 유연해질 것이다.

변화를 상상만 해도 뿌듯하고 설렌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걷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