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We will be alright, Eddie Kang>
지금 부서에서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2025년 1월 2일부터는 새로 발령받은 부서에서 근무하게 된다.
출근하여 PC 파일을 정리하고
다음으로 책상 서랍을 비웠다.
캐비닛에 문서철이 빠짐없이 편철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책상 위와 아래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여기저기 물티슈로 닦았다.
컴퓨터, 전화기, 책상, 의자, 책상서랍, 파티션 상단..
업무자료는 분야별 진행순서별 폴더에 담아 후임자에게 전송하고,
책상 위 책꽂이에는 필요한 매뉴얼만 남겨두었다.
인사발령을 받은 다른 직원들도 정리를 한다.
PC는 내가 확인할 수 없으니 알 수가 없고,
책상과 자리 정리가 끝난 모습을 보니 가지 각색이다.
책상 위와 아래, 서랍, 캐비닛 모두 먼지까지 마무리한 사람.
먼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깨끗하게 정리한 사람.
몸만 쏙 빠져나간 사람.
몸만 쏙 빠져나간 사람의 자리가 못내 아쉽다.
왠지 1월 2일에도 그 자리로 출근할 건만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1년간 메모해 가며 사용했던 달력이 그대로, 필기구가 책상 위 여기저기에, 메모가 된 포스트잇이 모니터에, 업무자료가 파티션에 붙어 있다.
한 번쯤 정리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오후에는 새로 근무할 부서의 내 자리 준비를 위해 다녀왔다.
나의 전임자는 감사하게도 깔끔한 사람이었다.
나의 성향에 맞추어 PC모니터와 키보드 위치를 잡고, 필기구통, 포스트잇, 계산기 등을 배치하고
탁상달력 올려놓은 후 의자에 앉아보았다.
의자 높이가 맞지 않아 높낮이를 조정하고 다시 앉았다.
새로운 부서, 새로운 업무, 후배 상사, 처음 같이 근무하는 젊은이들....
복잡+미묘+혼란+우울+긴장+걱정이라는 감정이 한꺼번에 서로 앞다투며 다가왔다.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인사 발령은 여전히 적응이 쉽지 않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를 이동시키는 인사 발령.
낯선 곳으로 데려가 긴장하게 만들고, 업무와 팀원에 적응하기까지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주입할 것이다.
이번에는 얼마나의 시간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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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걱정하지 말고,
미리 긴장하지 말고,
1월 2일 출근해서 생각하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
현재는 늘 괴로운 법
모든 것은 순간이며 지나가는 것이나
지나간 것은 훗날 다시 그리워지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