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발령받은 새 부서로 출근을 하였다. 이상하리만치 발걸음이 무거워 9시 10분 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새로운 멤버들과 어색한 듯 조심스러운 듯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완전 처음해보는 새 업무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였기 때문이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처음은 다 그래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돼요. 걱정할 것 없어요."라고 말했다.
새로운 부서의 멤버들은 근속연수로만 보자면 한~~~~ 참 후배님들 이시다. 하지만 부서 경력으로 보면 고참 선배님들이시다. 후배님이면서 선배님이신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앞섰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업무를 파악해야 하고 익숙해져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하루아침에 뚝딱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날마다 마음이 무겁고 긴장하며 집중한 탓에 뒷목과 어깨, 등이 아팠고 집에 오면 쓰러져 잠들었다.
그렇게 주중을 보내고 토요일 아침 일찍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템플스테이를 향해 출발했다. 나의 마음을 보듬어 줄 시간이 필요했다. 첫째 아이도 함께 했다. 우리는 종교는 없지만 템플스테이를 하며 막연한 혼란스러움과 불안을 다스리고 싶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템플스테이 사무국의 안내를 받고 옷을 갈아입고 여기저기 미리 둘러보았다. 주말이고 햇볕이 좋아서인지 절을 찾은 분들이 많았다. 새해 소망을 적어 연등에 달기도 하고 부처님께 절을 올리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하였다.
4시가 되어 사찰 소개를 처음으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절하는 법도 배워보고 저녁에 타종 체험을 하고 저녁 예불에 참가했다. 그렇게 밤이 흐르고 다음날 새벽 눈을 떠보니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있었다. 아주 깊은 눈으로 덮여있었다. 4시 30분 새벽 예불에 참가하고 108배를 해보았다.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많이 생각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아침 공양 후 도량청소 시간에 모두 함께 눈을 치웠다.
눈을 치우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서두르지 말자. 다그치지도 말자. 차분히 하나씩 해나가자. 내가 나를 힘들게 하지는 말자.
타인이 나와 같은 상황에서 걱정하고 있었을 때 나는 상대방에게 무어라 말했었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 하나씩 익숙해지는 거지.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라고 했다.
그래. 내가 나에게도 이렇게 말하자.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대하지 말고
타인을 대하듯이 그렇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