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증, 우울감이 나를 집어삼키려 달려든다.
이들이 왜 나를 대상으로 삼았는지 모르겠다.
아니 내가 이들을 왜 불러들였는지 모르겠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들이 내 곁에 바짝 붙어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저녁을 먹고 에코백에 책 두 권을 집어넣고 스카를 향했다.
꼭 가야 한다 서둘러가야 한다라고 독려했다.
그렇게라도 하면 이들이 흥미를 잃고 나에게서 떠날 것 같았다.
적어도 책에 올인하는 시간만큼은 내가 이들의 존재를 잊을 것이라 계산했다.
따뜻한 녹차 한잔을 앞에 두고 책을 펼쳤다.
의식적으로 책에만 집중했다.
한 줄 한 줄 분석하듯이, 한 줄 한 줄 외울 정도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숨쉬기 편해졌다.
무기력과 우울이 진정 내 어깨에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을까.
자리 잡고 있었다고 내가 상상하고 착각하고 있었을까.
정확히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내가 이들의 지배에서 벗어나려 했고 벗어나고 있다.
그러면 됐다.
다행이다.
가족들을 전염시키지 않아서.
집에 있었다면 바이러스를 전파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격리하느라 더 악화되었을지도 모른다.
가까운 곳에 스카가 있어서 좋다.
오늘,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