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 "숙제가 <옛날과 오늘날의 생활의 차이점을 5가지 알아오시오>야. 뭐가 있을까?..."
할머니 : "옛날에는 냉장고가 없어서 수박을 차가운 물에 담가놨었어"
아이 : "진짜? 차가운 물에 담가놔도 수박이 시원해?"
할머니 : "시원하지"
아이 : "물이 냉장고처럼 막 차가워?"
할머니 : "그럼. 그래서 수박도 담가놓고 참외도 담가놓고 그랬지"
아이가 공책에 적는다.
[ 첫 번째. 지금은 냉장고에 수박과 음식을 넣어두지만 옛날에는 냉장고가 없어서 수박을 차가운 물에 담가 놓고 먹었다.]
아이 : "가스레인지는 옛날부터 있었어?"
할머니 : "옛날에는 없었지. 할머니가 아주 어렸을 때는 불을 지펴서 밥이나 음식을 만들었지. 그러다가 곤로가 나왔어. 그러고 나서 가스레인지가 나왔지. 불 지피느라 눈물 안 흘려도 되고 아주 편하지"
아이가 공책에 또박또박 적는다.
[ 두 번째, 지금은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만들지만, 옛날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거나 곤로를 사용해서 음식을 만들었다. ]
아이 : "음... 또 뭐가 있을까?"
할머니 : "다리미가 있네. 지금은 전기 꽂아서 다리미 쓱쓱 하니까 편하지."
아이 : "다리미가 옛날에는 없었다고? 그럼 옛날에는 다리미 어떻게 했어?"
할머니 : "다듬이질하거나. 인두라고 있었어. 그걸로 옷을 다렸었지. 다듬이질이 엄청 힘들어. 밤에 시어머니랑 같이 다듬이질하는데 어찌나 졸리던지.. 졸다가 혼나기도 했다."
아이 : "할머니도 시어머니가 있었어?"
할머니 : "있었지. 엄청 고약했어."
아이 : "진짜? 신기하네. 할머니가 시어머니가 있었다니.."
공책에 적는다.
[ 세 번째, 지금은 다리미로 옷을 다리지만, 옛날에는 다리미가 없어서 다듬이질을 하거나 인두로 옷을 다렸다. ]
아이 : "선풍기는 언제부터 있었어?"
할머니 : "선풍기도 옛날에는 없었지. 없었으니까 부채로 부치고, 차가운 물에 발 담그고 그랬지. 모시옷 입고."
아이 : "부채질 계속하면 팔 아픈데... 땀도 나고"
할머니 : "부채도 시원하지. 다들 성격이 급해서 그래.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가만히 있으면 안 더워"
아이 : "그래도 나는 선풍기가 좋던데.."
공책에 적는다.
[ 네 번째, 지금은 선풍기로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지만, 옛날에는 선풍기가 없어서 부채를 쓰거나 시원한 물에 발을 담갔다. ]
아이 : "텔레비전. 텔레비전은?"
할머니 : "그렇지. 텔레비전도 없었지"
아이 : "텔레비전이 없었어? 그럼 뭐 봐?"
할머니 : "텔레비전 없어도 재밌지. 친구들이랑 공기놀이도 하고, 쑥도 뜯으러 다니고, 자수도 놓고, 놀거리 천지였어."
아이 : "그래도 텔레비전이 재밌지 않아?"
아이가 마지막으로 적는다.
[ 다섯 번째, 지금은 텔레비전으로 재밌는 만화, 드라마를 보지만, 옛날에는 텔레비전이 없어서 친구들과 하루 종일 놀았다. ]
아이 : "다섯 가지 다 했다. 숙제 끝"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 시절) 1~2학년쯤,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엄마는 안 계시고 할머니만 집에 계셨다. 옷을 갈아입고 손발을 씻고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숙제를 했었다.
'옛날을 안 살아본 내가 옛날과 오늘날의 차이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엄청 고민하면서 하교했었는데, 할머니 덕분에 쉽고 빠르고 재밌게 숙제를 마칠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날 그 시간 집에는 나와 할머니뿐이었다.
가족이 많은 우리 집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보냈던 몇 안 되는 시간을 추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