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자주 오지 않는 마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이 무지 많이 내렸다. 태어나서 그렇게 눈이 많이 오기는 처음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이었던 그날, 우리 형제들은 너무 신이 났다.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다. 빨리 먹고 나가서 놀아야 하므로. 우리들은 대형 눈사람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세상에서 제일 큰 눈사람을 만들자. 대문 앞에 새워두자."
면장갑을 먼저 끼고 고무장갑을 그 위에 끼고 눈사람 만들기 대작전에 들어갔다. 먼저 몸통을 만들기 위해 눈덩이를 뭉쳤다. 눈덩이가 중간중간에 부서져서 허탈하다가도 금세 다시 시작하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눈덩어리가 제법 커졌을 즈음, 아빠가 마당으로 나오셨다. 우리가 만든 눈덩이를 보시더니, 이걸로는 안된다 하셨다.
아빠가 우리 팀에 합류하셨다. 아빠는 맨손으로 척척척 크고 단단한 눈덩이를 만드셨고 우리는 충성스러운 조수가 되었다. 몸통 눈덩이가 거대해졌다.
아빠께서 삽을 들고 오셔서 눈덩이를 조심조심 굴리며 대문 앞으로 이동시켜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 나서 2탄 미션인 머리 눈덩이 만들기에 들어갔다.
우리는 아주 신이 나서 겨울 동요를 불렀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펄펄 눈이 옵니다~ 등등. 온 동네 사람들이 들을 정도로. 목이 터져라.
우리가 머리 눈덩이를 다독다독하는 동안 아빠는 눈사람 눈으로 붙일 숱, 코가 될 솔방울, 입과 팔로 쓸 나뭇가지를 가져오셨다.
아빠가 몸통 눈덩이 위에 얼굴 눈덩이를 들어 올리던 그 순간, 우리는 숨을 멈추고 침을 꼴깍 삼켰다.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성공을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무게도 높이도 아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무지 큰 눈사람이었으니까.
"우와~~~ 예쓰~~~!!!"
드디어 커다란 정말 커다란 눈사람이 완성됐다. 얼마나 좋았던지.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고 방방 뛰며 기뻐했다.
그날 대문 앞에 세워둔 눈사람은 우리의 자부심이었다. 동네 아이들이 모두 구경하러 오고,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 중 그냥 지나친 사람이 없었다.
지금도 눈이 오면 그날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