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없는 앵두나무가 같은 동네 친척할머니집에 있었다.
여름이 되면 그 앵두가 어찌나 맛있게 그리고 나뭇가지가 휘도록 풍성하게 열리는지 날마다 머릿속에서 앵두가 떠나지가 않았다.
앵두나무는 친척할머니집 마당에 있었고, 할머니는 우리에게 앵두를 언제든지 따 먹어도 좋다 하셨다. 그런데 우리는 당당히 대문을 열고 들어가 앵두를 따먹을 만큼 씩씩하지 못했다.
어느 주말, 평상에 누워있는데 또 앵두가 먹고 싶어졌다. 나와 동생은 큰 결심을 했다. "감질나게 한두 알 따먹지 말고 많이 따서 집에 가져와 동생들과 풍족하게 먹어보자."
우리는 우산을 챙겨서 출발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할머니가 집에 계시지 않았다.
우리는 편한 마음으로 작전게시했다.
앵두나무 밑에 우산을 펼쳐 커다란 바구니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앵두가 많이 달린 나뭇가지를 힘차게 흔들었다. 우수수수 앵두가 떨어져 우산바구니 안으로 모여들었다. 우리는 아주 흡족했다.
어린 우리는 앵두가 가득 든 우산을 양쪽에서 잡고 무거운 줄도 모르고 콧노래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마당 수도가에서 커다란 그릇에 앵두를 부어 앵두잎은 걸러내고 앵두를 씻어 바구니에 담았다.
동생들과 평상에 앉아 원 없이 배 터지게 앵두를 먹으며 행복했다.
앵두씨 멀리 뱉기, 가장 큰 앵두 찾기, 가장 빨간 앵두, 가장 아가 앵두 찾기 놀이를 하면서 입안에서는 새콤달콤한 앵두를 만끽했다.
어른이 된 지금 마트에서 사 먹는 앵두는 도통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몇 번을 사 먹어보았지만 모두 실패였다.
작년에 부모님 댁에 방문하면서 앵두나무 친척할머니 댁을 가보았다.
친척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빈집이었다.
앵두나무도 오래전에 잘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의 행복한 어린 시절도 날아가버린 듯 몹시 쓸쓸하고 아쉬워 앵두나무가 있던 자리만 가만히 쳐다보다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