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항상 바쁘셨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면서 아이들 도시락 5개를 싸고, 마당 한가득 빨래를 해서 널고, 집안 청소를 하시고, 집안일이 끝나면 곧바로 논이나 밭으로 출발하시는 우리 엄마는 항상 눈코 뜰 새가 없으셨다.
이렇게 바쁜 엄마와 둘만 보낼 수 있었던 때.
바로 아침 식사시간.
중고등학생이었던 내가 가장 먼저 아침을 먹었기 때문이다.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부엌방에 들어가면 뚜껑을 덮지 않은 도시락 5세트가 쫘악 펼쳐져 있다.
(갓 지은 밥, 방금 만든 반찬이 뜨거우니 한 김 식히느라 뚜껑은 아직 덮지 않은 상태.)
그리고 밥상에 내 밥이 차려져 있다.
아침을 먹으며 엄마와 얘기를 나눈다. 학교 얘기, 친구 얘기, 시험, 숙제..
엄마는 나와 눈 마치고 앉아서 얘기를 나누실 수는 없다. 여전히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는 끊어지지 않는다. 대화를 건성으로 하지도 않으신다. 내가 했던 얘기를 잘 기억해 주시고 경청과 호응을 해주시며, 언제나 내편으로 말씀하셨다.
생각해 보면 우리 엄마는 정말 잔소리가 없으셨다.
그저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고,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공감하고 믿고 지지해 주셨다.
나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매일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무척 행복했다.
그 시간은 온통 나만의 것이었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그렇게 짧은 시간으로도 충족이 되었다.
부모가 된 나는 가끔 우리 아이들에게 말한다.
엄마 어렸을 때, 엄마의 엄마와 아침밥 먹으면서 매일 단둘이 얘기를 나눴는데 그 시간이 참 좋았어.
아직도 생생하고 그 시간을 떠올릴 때면 행복이 채워져.
그 시절 엄마는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 셨을 텐데,
지금의 나보다 속 깊고 마음이 따뜻한 안정적인 엄마셨다.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엄마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