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과 옆집 할아버지

by 티라미수

여름방학이었다.

2학년 동생이 구구단을 외우고 있었다.

한여름인데 산들산들 바람이 불고 매미는 노래 부르고 잠자리는 유영을 하던 평화롭고 날씨도 딱 좋은 오후였다.


우리들은 그늘 아래 놓인 평상에서 각자 여름방학 숙제를 하고 엄마는 채소를 다듬고 계셨다.

동생은 방학숙제인 구구단을 소리 내어 외웠다. 2단 3단까지는 수월했다. 4단이 되니 조금 어려워했다. 쉬운 5단을 빨리 패스하고 6단을 먼저 외워보자며 내가 먼저 말할 테니 따라 하라 하였다. 몇 번 하고 나니 동생 혼자 해도 되겠다 싶어서 혼자 외워보라 하였다.

소리 내어 열심히 낭독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계속 틀리는 구간이 발생했다. 우리는 평온하게 처음은 다 그래 반복하면 괜찮아 동생에게 말했다. 동생도 살짝 답답하기는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그런데!

별안간!

우리 집 대문을 누군가 무자비하게 열고 들어왔다.

대문 앞에 서서 소리 지르셨다. "아 구구단을 왜 이렇게 못 외워!! 어? 왜 그래?!!"

옆집 할아버지셨다.


우리는 모두 얼음이 되었고, 우리가 아무 대답 아무 반응이 없자 그냥 되돌아가셨다.

옆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우리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왜 그러셔?" "약주를 많이 드셨네 허허"


평소 옆집 할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시고 우리와 거의 마주친 적도 없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갑자기 우리 집에 난입을 하니 매우 당황스러우면서 술취하신 모습이 재밌기도 하였다.

우리 아빠는 전혀 술을 드시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술 취한 모습은 신기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였다.


그날 이후 옆집 할아버지 말씀은 유행어가 되었다.

"받아쓰기를 왜 그렇게 못해? 어!! 왜 그래?!

나눗셈을 왜 그렇게 못해? 왜 그래?"


우리는 서로 잘 못하는 게 있으면 술취하신 할아버지 말투와 비틀거리는 자세를 따라 하며 웃었다.


옆집 할아버지는 귀여우셨다. :D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