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우리 가족은

by 티라미수

어린 시절 일요일 오후 3시경이 되면

아빠가 툇마루에 앉아 우리를 순서대로 부르셨다.

한 명씩 무릎에 앉혀놓고 손톱 발톱을 단정하게 깎아주셨다.

손톱깎기가 끝나면 우리들은 필통을 가지고 차례를 기다렸다. 아빠는 필통 속 연필을 무척 정갈하게 깎아 가지런히 필통 속에 정리해 주셨다.


새 학기 교과서를 받아오는 날 밤이면

아빠는 달력으로 책커버를 깔끔히 만들어 입혀주시고 교과서 표지에 과목 학년 반 번호 이름을 정자로 적어주셨다.


엄마는 여름 점심으로 콩국수를 자주 만들어주셨다. 콩을 불리고 삶고 맷돌에 갈아 만든 진한 콩국에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춰 아주 고소하고 깊은 콩국수를 만들어주셨다.


여름 저녁 별미는 팥칼국수였다. 가마솥에 팥을 뭉근하게 삶아 식힌 후 체에 곱게 내려서 팥물을 준비하고 밀가루 반죽을 넓게 밀고 여러 번 겹쳐 착착 간격 맞춰 썰어주면 쫄깃하고 두툼한 면이 완성된다. 팥물이 한번 끓으면 칼국수면을 넣고 눌지 않도록 가마솥 안을 계속 저어주셨다. 완성된 팥칼국수에 소금과 설탕으로 달달하게 간을 맞춰 먹으면 별천지였다.


달달하게 설탕을 넣은 콩물과 팥물을 얼음틀에 넣고 하룻밤 자고 나면 수제아이스크림이 완성되어 있었다.


여름에 감이 열리면 할머니는 아침마다 항아리에 소금물을 가득 채우고 떫은 감을 담가놓으셨다. 우리가 하교 후 집에 돌아오면 감이 담긴 항아리 소금물은 뜨끈했고 그 속에 담긴 감을 꺼내 맑은 물에 씻어 먹으면 떫은맛 하나 없이 아삭아삭 맛있었다.


여름 저녁에 우리는 종종 봉숭아물을 들였다. 할머니는 봉숭아 잎, 꽃, 소금을 함께 빻아 우리들의 손톱 위에 올리고 길쭉길쭉하게 자른 비닐봉지로 감아주셨다. "답답해도 아침까지 잘 참아야 이쁘게 물든다. :)" 당부하셨다.


지금보다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풍족하지도 편리하지 않지만 정겹고 그립고 생각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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