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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Apr 23. 2022

우리 사회에 희망을

아주 오래된 질문

사회가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면 이런 분위기가 학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명문대학교   합격이라는 현수막들을 곤 했습니다. 이것은 학교의 성과를 알리기 위한 것일까요? 다른 의견을 가진 교장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이명학 교장 선생님은 2012년 제1회 대한민국 스승상(대학교육부문)을 받았습니다.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로 근무했고 2021년 3월부터 서울 중동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부임하여 재직 중입니다. 이 교장 선생님이 2022년 2월 22일 학부모들에게 보낸 편지를 찾아서 읽어 보았습니다.


편지에서는

중동고에서 서울대 합격자가 33명(재학생 24명/졸업생 9명)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학교에서는 2019년에 20명, 2020년에 21명, 2021년에 20명이었다고 합니다. 재학생 24명은 자사고로 전환한 이래 가장 많은 수이고 연세대 42명, 고려대 40명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왜 이 교장 선생님은 학부모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을까요?


바로 학부모와 동문들의 질문 “서울대학에 몇 명 갔냐”에 대한 답장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70년 정도로 아주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울대학 입학 명수에 대한 대답이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 사회 학벌주의에 대한 소신 있는 의견을 포함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식채널 e <아주 오래된 질문> 영상을 보니 2020년 잡코리아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들이 스스로 가장 취약하다고 여기는 점 1위는 ‘학벌’이라고 합니다. 대학과 취업의 연결고리가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명문대에 몇 명 갔는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학벌이 하나의 스펙인 사회입니다.


영상의 교육부에서 발표한 교육지표 2020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의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21.8명이지만 전국에서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가 제일 많은 경우는 37.7명입니다. 15.9명이나 차이가 납니다. 이곳은 바로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곳, 대치동입니다.


이 교장 선생님의 편지에는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올해 <서울대학에 몇 명이나 갔냐>는 질문이 우리 사회와 학교 교육을 얼마나 피폐하게 했는지 반드시 기억해야 하고 한 둘 특출한 학생을 빼고 학교 교육만으로 서울대학에 입학할 수 없다고 솔직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부모의 열정과 학원에서의 입시 준비가 서울대학 입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만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학교의 성과를 알리는 현수막 설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견이었습니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서울대학에 입학할 수 없다?


2021년 기준 수능 응시생은 약 448,000명.

서울 대학 입학정원은 약 3,200명.

백분율을 따져보니 약 0.71428571.


상위 1%도 되지 않는 학생이 서울 대학에 입학이 가능합니다. 수능 응시생에 비해 서울 대학 입학정원은 적습니다. 그러니 입학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의 열정과 학원에서의 입시 준비가 서울대학 입학을 가능하게 한다?


영상에서 누군가는 한 달에 593,000원. 누군가는 116,000원을 사교육비로 쓴다고 나왔습니다. 차이는 477,000원. 한 달 사교육비 금액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듯했습니다. 어떤 상황일까요?


최근 사교육비 현황이 궁금해져 통계청에서 제시한 [2021년 초중등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살펴보았습니다. 가구의 월평균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높았습니다. 영상에서 본 내용을 여기서 찾았는데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가구 소득 수준별 월평균 사교육비는 8,000,000원 이상은 593,000원, 2,000,000원 미만은 116,000원으로 전년도 대비 모든 소득계층에서 사교육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모든 계층의 사교육비는 증가했고,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교육비의 전체 규모는 23조 4000억 원이고 조사 이래 역대 최고라고 합니다. 교육부에서는 사교육비가 늘어난 주된 이유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귀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는 그 외에도,

맞벌이 가구에서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자녀수가 1명인 가구에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성적이 상위일수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높았습니다. 전체 학생과 참여 학생 모두 4대 지역 중 서울의 사교육비가 가장 높았습니다. 전체 학생의 시도별 사교육비는 서울, 대구, 경기, 세종, 부산이 높았으며, 참여 학생은 서울, 경기, 대구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맞벌이 부모, 외동, 상위 성적, 서울 지역에서 사는 경우 사교육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한 둘 특출한 학생이 아니면 이런 조건이 적합해야 명문대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질문> 영상과

이 교장 선생님의 편지,

사교육비 현황을 살펴보니, 떠오르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입니다.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호랑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입니다. 책 처음에 이 호랑 애벌레가 알에서 깨어나 세상으로 나옵니다. 호랑 애벌레는 자기가 태어난 곳인 초록빛 나뭇잎을 갉아먹습니다. 그러다 애벌레는 그저 먹고 자라는 것만이 삶의 전부는 아닐 거라며, 다른 무언가를 찾아 떠납니다. 정든 나무에서 내려온 호랑 애벌레는 그 이상의 것을 찾게 됩니다.

그러다 애벌레 기둥을 만나게 됩니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지 못한 애벌레들이 모여 아주 높이 올라가는 일에 전념합니다. 호랑 애벌레는 다른 애벌레들을 밟고 올라섰습니다. 다른 애벌레들은 더 이상 친구들이 아니라 위협과 장애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밟고 높이 올라가기 위해 생긴 이 애벌레 기둥이 어쩌면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를 비유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벌레 기둥 꼭대기에는 뭐가 있을까요?


꼭대기의 비밀에 대한 힌트가 나오는데요.

커다란 애벌레 세 마리가 땅으로 떨어진 겁니다. 두 마리는 그 자리에서 죽고, 한 마리는 “저 꼭대기…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나비들만이…”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둡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생각해보면 <저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너도 올라가 보면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나비들만이 날아서 높이 올라갈 수 있어>로 추리해보았습니다.

만약에 호랑 애벌레가 나비를 만났더라면 애벌레 기둥에 다시 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은 애벌레와 죽어가는 애벌레를 만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고, 꼭대기의 비밀을 알기 위해 두 번씩이나 애벌레 기둥에 오른 것은 아닐까요. 학생들에게도 나비와 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애벌레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삶의 의미를 찾은 나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성적이라는 하나의 잣대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살펴볼 기회를 주고 더 나은 삶의 의미를 찾고 꿈을 이룬 사람을 모델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호랑 애벌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애벌레 기둥에 오른 호랑 애벌레는 꼭대기에 힘들게 도착했습니다만 아무것도 없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또 다른 기둥들이 있었습니다. 고생해서 올라온 기둥이 수천 개의 기둥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허무했을까요? 남들이 기둥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따라갔는데 아무것도 없음을 발견했으니까요.

하지만 노랑 날개를 가진 나비가 호랑 애벌레를 찾아왔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호랑 애벌레에게 나비의 모습을 보여 주고 같이 나비가 되기 위해 직접 나비가 되어 날아온 것입니다. 호랑 애벌레는 애벌레 기둥에서 내려와 나비가 됩니다. 노랑나비는 기다려주고 호랑나비를 만나게 됩니다.


교육은 의도적인 변화라고 합니다. 학교를 성적, 명문대, 취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니는 장소로만 생각한다면 애벌레 기둥처럼 한 곳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꽃들은 나비로부터 사랑의 씨앗을 날라주는 도움을 받아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에도 희망이 보이면 좋겠습니다. 시대적인 상황이나 사회적인 분위기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을 믿으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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