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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Jun 10. 2022

어디에서 온 닭일까?

민가에서 탈출한 거 아닌가?

오늘 대낮에, 집을 나서는데 처음 만나는 동물 둘을 만났다. 바로 닭이었다.


바로 카메라로 영상을 찍었다. 특이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정문의 장미 아치 근처에서 닭이 있었다. 그런데 아직 완전한 닭의 모습은 아니었다. 한 마리는 까만 편이고 또 다른 한 마리는 누런 편이었다. 벼슬이 작고 몸집이 작은 데 삐약 삐약 우는 것이 병아리에서 닭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 듯했다.

집 보도블록 근처에 핀 풀들 사이를 입으로 쪼고, 발로 야무지게 헤치고 다녔다. 키우는 건 아니지만 다육 식물도 있었는데 발로 마구 파헤치고 있었다. 갑자기 닭을 집 앞에서 만나니 당혹스럽고 혹 닭을 키우는 민가에서 탈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별 일 있겠어하며 볼 일을 보러 가려고 차를 타고 나갔다.운전을 해서 어느 정도 가던 중 자꾸 닭 생각이 났다.


어디에서 왔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 주택 단지 내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급히 차를 돌려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닭은 아직도 유유히  우리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화단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도 카메라를 들이대니 슬슬 꽁지를 보이며 다른 집 쪽으로 후다닥 갔다. 대각선 쪽 집을 기웃거리더니 옆 집 울타리 안쪽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옆 집은 여기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분들이었다. 그런데 마침 주인아저씨가 있길래…


저기요! 닭이 집으로 들어갔어요!


하며 알려 주었다.

아저씨는 태연스럽게 키우는 닭이라고 한다… 잉?

닭을 키운다고요? 다시 물어보니, 병아리를 키웠는데 저만큼 컸다는 것이다. 아… 마을의 다른 민가에서 키우는 닭들이 탈출한 줄 알았더니 바로 옆 집의 닭이었던 것이다… 언제 닭을 키웠지? 닭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영상을 보냈더니…


웃으며 병아리들이 놀러 왔냐고 물어본다. 알고 있었던 눈치다! 나만 몰랐구나닭을 보며 신기하고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해야 하나, 알려야 하나 하던 물음들이  해결되었다.


 집에서 마실 나온 닭이었다니우리 집을 갑자기 찾아온 닭이 황당하고 신기했다. 예전에 같은 장소에서 배밀이로 기어 다니는 뱀을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는 싸한 기운이 느껴졌었는데  닭이라고 하니 오히려 안심이 되고 귀엽게 느껴졌다. 병아리를 저만큼 키우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신기해!


2호가 태어나기 전 우리는 토끼를 키운 적이 있다. 알콩이와 달콩이가 탈출을 해서 이전 주인이 살던 옆 집에 자주 놀러 갔는데 그분들도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궁금해진다… 이사 가셔서 잘 지내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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