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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Jun 29. 2022

매실청과 향기

작은 매화는 봄이 찾아오면 다른 나무들보다 일찍 꽃을 피웁니다. 물을 준 적도 가꾼 적도 없지만 잘 자라니 감사한 일입니다. 화분에 키운 식물은 물 주는 것을 깜박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잎이 축 처져있으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땅에서 자라는 매화나무는 오히려 관리가 잘 되는 듯합니다. 땅과 햇빛, 바람이 저보다 믿음직합니다. 일찍이 꽃을 피우고 단단한 매실이 열렸으니까요.


6월 초는 ‘매실청’을 담그기 좋은 시기라고 합니다. 잘 자란 매실을 보니 올해는 매실청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나가서 나무에 열린 매실을 보니, 진한 초록에 크고 실한 느낌입니다. 신발 상자 크기의 상자에 담았더니 가득 찼습니다. 어떻게 한 그루의 나무에서 이렇게 많은 열매가 열렸을까요? 신기했습니다.


매실은 위에 좋다고 합니다. 여름철에는 입맛이 떨어지고 속이 더부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매실청을 얼음물에 타 먹으면 탄산음료보다 시원하고 소화가 잘 될 거 같아 기대가 됩니다. 요리책 ‘램블 부부’의 레시피에 따르면, 양배추찜의 양념에 매실이 들어갑니다. 된장 1큰술, 매실액 1큰술, 참기름 1큰술, 통깨 1/3큰술을 넣으면 맛있는 양념장을 만들 수 있다고 나옵니다. 갑자기 매실청을 담가서 양념장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매실청을 담그는 법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조금씩 다릅니다. 저는 ‘최고의 요리비결 참고하여 하였습니다. 먼저, 매실, 설탕, 물엿, 대추를 준비합니다. 매실을 필요한 양만큼 식초물에 담가 깨끗이 씻었습니다. 남은 매실은 상자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리고 깨끗이 씻은 매실의 꼭지를 날카로운  끝으로 하나씩 하나씩 땄습니다.   튕겨 나오는  재미있었습니다. 나무꼬치를 이용해서 따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매실의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입니다. 매실청이 실패하는 원인 1위는 남아 있는 수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쟁반에 올려 하루 정도 말렸습니다. 손질한 매실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마치 매실을 그린 그림이 담긴 액자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따서 담그다 보니 의미를 부여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만 빛이 나는 듯했습니다.


매실을 보관하려면 병이 필요합니다. 보통 매실을 담는 병은 큰 거 하나면 충분하지만, 저는 가족 수만큼 담고 싶은 마음에 온라인으로 작은 병을 4개 구입하였습니다. 병들을 식기세척기로 씻어 소독까지 마치니 간편했습니다.


다음 날, 물기가 잘 마른 매실을 병에 반 정도 차도록 담았습니다. 그리고 물엿을 매실이 잠길 만큼 넣었습니다. 보통 설탕만 넣어 담그는데 물엿을 넣으면 숙성 시간을 단축시킨다고 합니다. 병을 요리조리 굴려 가며 매실에 물엿이 골고루 묻히도록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병의 70% 정도까지만 매실을 더 넣었습니다. 왜냐하면 매실이 숙성되면서 가스가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욕심을 부려 매실을 가득 채우면 가스가 뚜껑을 뚫고 나올지도 모르니 주의해야겠습니다. 빈 공간이 꼭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은 공간에는 설탕을 채웠습니다.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에 설탕으로 전부 덮어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추를 넣어줍니다. 그런데 대추는 왜 넣는 걸까요? 그 이유는 대추가 방부제 역할과 해독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라디오에서 대추를 많이 먹으면 늙지 않는다고 한 게 떠올랐습니다.  대추는 1kg당 2개씩 넣어주면 된다고 합니다. 저는 하나만 넣으면 좀 심심해 보여 두 개씩 넣었습니다.


이렇게 매실청을 담고 베 보자기로 덮어 끈으로 묶으면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베 보자기를 구하지 못해 그냥 넘어갔습니다. 뚜껑은 비스듬히 덮어주고 설탕이 녹을 때쯤 뚜껑을 닫아주면 좋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냥 뚜껑을 덮고 사진을 찍은 후 냉장고에 보관하였습니다. 좀 늦게 숙성될 듯합니다. 매실청은 얼마나 숙성시켜야 할까요? 매실청은 서늘한 곳에서 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좋다고 합니다. 9월쯤 먹어보면 될 거 같습니다. 기다리는 기간이 길어 *켓컬리에서 매실액을 하나 주문했습니다. 구입한 걸로 먹다가 나중에 직접 담근 매실액을 먹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남은 매실을 어떻게 할까요? 주변에 나눠주려고 해도 딱히 가져갈 분은 없었습니다. 열매를 남겨두면 ‘검은 등 말벌’들이 모여들어 주변에 집을 짓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다 땄는데, 남은 것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다가 그냥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매실향이 진하게 났습니다. 옆에 두니 향이 좋아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비파나무’가 떠올랐습니다. 노란 비파 열매의 껍질을 벗겨 먹으면 맛있었습니다. 향이 어떤지를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한계가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남은 노란 매실의 향을 맡아보니 과일집에 온 듯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6월엔 직접 매실청을 만들어보니 뿌듯합니다. 다음에는 노란 매실을 이용해 매실청을 담그기도 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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