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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Jul 08. 2022

원두와 얼음이 이어지도록

feat.블랙말린

몇 달 전, 콜롬비아에 비가 많이 내려 커피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커피 생산량이 줄 것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자연스럽게 커피 가격도 올라갈 것으로 보였다. 커피 기사에 관심이 가는 내가 신기하다. 지금까지 나는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느라 바쁜데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점심 식사 후에는 *누 마일드 로스트 아메리카노에 뜨거운 물을 부어 쿠키와 함께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설탕, 프림 없이 깔끔했고 따끈한 느낌이 좋았다. 저녁 모임에서 식사 후 차를 마시는 경우가 있었다. 분위기와 향이 좋아 한 번 커피를 마셔볼까 하는 호기심으로 다양한 커피 중 하나를 선택해 마시면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 저녁에는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카페인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생각 때문에 커피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눈을 뜨면 커피를 찾는다. 어느 작가님의 커피 빡! 하는 느낌을 알게 되었다. 아침에 한 잔, 점심에 한 잔 이렇게 두 잔을 마시는 경우가 많고 바쁘면 아침에 한 잔만 마신다. 아침에는 꼭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바뀌게 되었을까?


그녀는 평소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커피를 사양하는 법이 없다. 물보다 커피가 맛있다고 한다. 커피를 마신 날은 힘이 나고, 그렇지 않은 날은 많이 힘든 하루를 보내는 듯했다. 나와 달리 저녁에 커피를 마셔도 밤에 자는데 지장이 전혀 없다.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편이라 더 신기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그녀는 커피 빨로 사는 여자로 보였다.


‘열린 미래교육연구원’의 블로그에 보면 커피는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공복 혈당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장점이 있다니… 그래서 아침에 잘 먹지 않는 그녀를 위해 커피를 내려 얼음과 함께 텀블러에 담아주게 되었다. 바쁜 아침에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하루 중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기분 좋은 순간을 누리길 바라며 챙겨주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나도 한 잔씩 마셔보자는 생각에 두 잔을 내려 나도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는 원두와 얼음이 떨어지면 안 된다. 원두는 필요할 때 카페에서 사 왔다. *디스 브라운의 브라운 블렌디드 홀빈 250g을 사기 시작했다. 처음 집에서 커피를 내릴 때 향이 좋았고 맛도 고소하였다. 카페 커피를 집에서 먹는다는 생각에 경제적이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집에서 멀어 사러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끔 원두가 떨어지면 커피를 내리지 못했다. 그러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미안하고 불안했다. 온라인몰을 찾았지만 원하는 커피의 종류는 없었다.


그러다 *달의 민족 어플에 들어가서 [카페•디저트]를 들어가 보았다. 커피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았다. 뭘 고르지? 고민하다가 *디스 익스프레스를 찾았다. 원래 커피를 사던 곳의 체인점으로 보였다. 여기에 평소 사던 원두를 발견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어플로 주문해서 포장이나 배달을 할 수 있다니 편하겠다. 흐름이 끊기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집 근처 카페 *래비티에서 원두를 팔기 시작했다. 얼마 전 이 카페에 와서 “여기 원두는 안 파나요?”라고 물어봤을 때는 안 판다고 들어 아쉬웠다. 근데 이제 판다는 것이다. 여기 커피도 맛있는데 원두를 판다니 좋은 걸 발견한 느낌이었다.


한편, 우리는 겨울에도 아이스커피만 마신다. 그런데 집 냉동실은 식품들이 많아져 아예 아이스 트레이를 빼버렸다. 필요할 때 얼음을 사 먹기 시작했고 마트에서 1.5kg 정도 배달시킨다. 앱을 보니 최근에 12번을 주문했다. 생각보다 많이 주문했다. 이럴 거면 제빙기를 하나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떤 모델이 좋은지 몰라 미루었다. 얼음 나오는 정수기도 있던데 바꾸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마트 얼음이 떨어지면 또 아이스커피를 못 마시기 때문이다.


다시, 원두를 찾아 헤매던 중 브런치 ‘글 도둑’ 작가가 커피 창업을 했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랙말린 O 블렌드 200g이 9,600원. 커피 한 잔 가격을 생각하면 저렴하다. 마침 커피가 떨어져 어떻게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이 커피 맛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주문했다. 택배를 받고 보니 클립은 왜 끼워놓았을까? 궁금하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보고 주문했다고 하니 K와 Y가 적힌 드립백을 서비스로 받았다. 드립백 추출 가이드까지 있었다. 이건 주말에 해봐야겠다. ICE는 온수 120g을 천천히 붓고 얼음을 넣으라고 한다.


며칠 동안 원두가 떨어져서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온라인으로 원두를 주문해놓고 커피머신을 청소했다. 주말이 끼어 월요일에 원두가 도착했는데 반가웠고 맛이 궁금했다. 늘 하던 대로, 먼저, 커피머신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블랙말린 원두를 넣었다. 93도가 되자 원두를 그라인드 했다. 오랜만에 원두가 갈아지는 소리. 언제 들어도 시원하다.


그리고 컵을 놓고 커피를 내렸다. 오랜만에 커피가 내려왔다. 그런데 실수! 오랜만에 돌리는 거라 물을 한번 내렸어야 했는데…… 급한 마음에 커피를 내렸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작업을 해야 했다……


그리고 얼음을 준비했다. 내린 커피도 옆에 놓았다. 얼음에 내린 커피를 쏟지 않도록 조심히 넣었다. 이제 거의 ‘블랙말린’ 커피가 완성되어 간다. 컵의 남는 부분은 냉수로 채웠다.


이렇게 해서 시원한 커피 드디어 완성! 오랜만이라 감격스럽다. 처음 마시는 블랙말린 커피는 맛이 인상적이었다. 커피의 끝 맛이 오래가는 느낌이었다. 1시간 정도 지나도 쌉싸름한 커피 맛이 입에 남아 있는 듯했다. 고소하기도 하고 다크 초콜릿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새로운 커피 맛이 좋았다. 그녀도 내려줬더니 맛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다음에는 많이 주문을 해야겠다.


이제는 얼음. 매일 아침 텀블러에 각얼음을 넣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 더워져서 그런지 배달 얼음이 녹아서 올 때가 많다. 냉동실에 넣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면 얼음들이 덩어리째로 있을 때가 있다. 그럼 얼음을 두드려 분리시켜야 하니 불편하고, 텀블러에 얼음을 넣다가 한 두 개 흘리기도 해서 불편했다. 그리고 계속 얼음을 사 먹기만 하면 부담될 거 같았다.


그래! 상황에 맞는 아이스 트레이를 사야겠다. 그래서 고른 것이 이것. *카 콜라 모양의 길쭉한 트레이. 텀블러에 두 개 넣으면 딱이었다. 컵에도 두 개. 얼음을 아낀 느낌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녀에게 보여주니 이게 뭐냐며 빵 터졌다. 얼음이 귀엽다고 한다. 그리고 마실 때 잔 얼음이 같이 딸려오지 않아 좋다고 했다.


이렇게 원두와 얼음의 안정적인 공급 방법이 생긴 거 같아 기분이 좋다. 또 변동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가는 느낌이다. 김용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커피의 ‘클로로젠-산’ 성분이 몸속 염증 유발 물질의 생성, 축적을 억제해 항산화 및 항암 기능을 높여 장 건강에 좋다고 한다. 하지만 커피는 위의 염증을 유발하고 악화시킨다고 한다. 위염, 위궤양 환자는 커피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음식으로 어느 정도 위를 채운 후 후식으로 먹는 게 좋다고 한다. 대장에는 좋고 위에는 안 좋다는 얘기이다. 건강을 위해 빈속에 커피를 먹기보다 뭐라도 먹고 커피를 마셔야겠다.


육아를 하고 일을 하며 힘들지 않을 수 없다. 잠을 잘 못 잔 날은 더 커피가 생각난다. 1, 2호가 잠을 잘 자고, 육아가 좀 수월해질 때까지는 커피에 관심을 가지고 좀 마셔보련다. 커피 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좋고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나를 위해, 나를 찾아온 동료를 위해, 동료를 찾아온 손님을 위해 커피 한 잔 내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향기와 여유를 같이 느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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