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읽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인가 수집하는 것을 좋아했다. 여러 주제를 표현한 오래된 우표를 수집한다거나 영화포스터나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엽서를 모을 때 기뻤고 뿌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비록 우표나 엽서 하나 하나는 작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여러 이야기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부쩍 독서에 관심이 간다. 공부하느라 바빴던 고등학생 때보다 직장인으로서 일을 하며 여가 시간에 틈틈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근데 내가 고른 책들은 왠지 비슷한 성향의 책들이거나 주제가 한쪽으로 편중된 책들이 많다는 걸 발견했다. 독서에 대한 편식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신문이나 라디오에서 소개해주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이제는 책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책들을 훑어보는 중에 『강신주의 감정수업』이라는 책이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인간의 48가지 감정에 대해 스피노자의 정의, 세계문학의 내용, 명화, 철학자의 어드바이스 등을 체계적으로 적은 것이 마치 사전과 같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사회보다는 개인을 이성보다는 감정을 중요시하였다. 그리고 감정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주인이 되고, 자유롭고 당당한 인간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경쟁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가치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매너리즘 속에 빠진 현대 직장인들은 그 기계적인 흐름 속에 인정(人情)을 표현하는데 인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 사람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다. 직장이나 사회의 인간관계에서 감정이 상하게 되는 경우, 사실의 옳고 그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옳다는 건 알더라도 감정이 나빠져 더 이상 얘기하기 싫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람들은 경쟁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억압한 채 살고 있다. 특히, 사랑에 대한 표현이 서툴다고 생각한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감정적으로는 외롭고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거고 외로워하며 신체적인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우울증에 빠져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심한 경우에는 고독사(孤獨死)에 이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일들을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면 여러 느낌이 든다. 사랑을 하지 않을 때는 과거에 사는 듯하고 나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의미 없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랑을 하게 되면 지금 현재의 삶을 살고 내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같이 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는 게 사랑이 아닌가 하는 정의를 해본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오만함은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오해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한 때 알 던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어렸을 때의 경험과 가치관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그것을 뛰어넘어야한다고 본다. 유아기 때의 의존성을 버리고 독립적인 감정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을 통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타인과의 무한경쟁 속에서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또는 성과나 업적을 제일로 생각하거나 반대로 요령과 처세술만 늘어 무사안일주의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이거나 과도한 몰입과 피동적, 소극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먼저 이해하고 현재의 삶과 감정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거대한 조직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개개인의 소신 있는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분위기에 휩쓸리기 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사회적 책임과 역량을 다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끝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지 말고, 표현했으면 좋겠다. 사랑의 감정을 예를 들어 사랑하는 자녀의 생일에 “네가 내 자녀인 게 자랑스럽다. 고맙다. 너는 내 기쁨이다. 사랑한다.” 라고 표현한다면 그 자녀는 부모님의 표현에 감동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쟁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억압한 채 살거나 감정에 대한 표현이 서툴렀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에서 소개한 48가지의 감정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우며 사랑을 비롯한 여러 감정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다. 감정에 이끌리거나 조절이 안 되는 삶을 살기보다 내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삶을 살고 싶다. 단 한 번의 인생에서 자유롭고 당당한 삶을 살아가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