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by 담빛노트


여전히 추위는 남아 있지만

나는 뚜벅뚜벅 걷는다.

그래도 오늘은 햇살이 비치는 자리가 있다.


그 공간에 몸이 닿는 순간,

덜덜 떨던 몸이 사르르 풀린다.


산책길에서

나와 같은 속도로 걷고 있는 한 강아지를 만난다.

자리에 멈춰 휴대폰을 보고 있는 주인 옆에서

강아지는 말없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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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강아지와 눈이 마주친다.

내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시선이 나를 따라온다.


뭐지?

나를 바라보는 저 눈빛은?

말하지 못하는 강아지에게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전달되지 않을 메시지를

나는 혼자서 낭독해 본다.


"강아지야, 심심해?"

"지루해?"

"내가 궁금해?"

"낯설어서 경계하는 거야?"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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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참 지나 갔을 때에야 사진을 멀리서 찍어 보았다.


그 짧은 순간,

무수한 질문이 머릿속을 스친다.

말하지 못하는 강아지의 마음을

내가 알 리 없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해석한 대로

그 강아지를 이해했다고,

어쩌면 평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참, 오역이다.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말들을

이렇게 오역하며 살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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