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졸업식이라
항상 전화로만 거래하던 꽃집에
꽃을 주문하고, 직접 받으러 갔다.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곳.
사장님 역시 나를 처음 대면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말보다 먼저 메시지가 와 닿았다.
꽃이 놓인 방식,
벽에 걸린 문장들,
공기처럼 흐르는 태도 같은 것들.
아, 이곳은 그냥 꽃을 파는 곳이 아니구나.
사장님은 전직 간호사였다.
그리고 지금은 글도 쓰는
꽃집 사장님이다.
내가 좋아하는 두 세계,
글과 꽃을 온전히 삶으로
누리고 계신 모습이
부러웠다. 그래서 내가 사장님네
꽃가게를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졸업시즌이라 꽤 많이.
바쁜 와중에
“사장님 꽃에는 우아함이 있어요.”
라고 말했을 뿐인데,
사장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자신이 쓴 책 한 권을 건네주셨다.
그 순간,
‘인생의 2막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질문이 조용히 내 하루에
내려앉았다.
꽃보다 향기로운 날들김영미
집에와서 책을 펼쳐 보았다.
꽃가게 이름이 왜
‘사람꽃 농원’인지도 알게 됐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 제목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삶을 풀어보면 사람이 되고,
사람을 합쳐보면 삶이 된다는 말과 함께.
사장님의 책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예쁜 글들이 가득했다.
“안전지대에서 나와라.
새로움이라는 불편함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에만 우리는 성장한다.”
*꽃으로 표현하는 숨 고르기,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
*낙엽이 되어 떨어진 푸르름은
다음 해를 견딜 힘이 되고,
죽은 듯 움츠린 가지에서
꽃눈은 다시 피어난다는 이야기.
*행복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데,
그 첫 번째는 ‘목표’라고 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사람은 이미 행복해진다고.
“나도 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고,
내가 만드는 꽃들로
그 행복을 전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행복에 진심이다.”
한참을 책장을 넘기는 순간 감동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사장님 책 속에 내 이야기가 있는게
아닌가.
몇년전에 사장님께 아이에게
줄 꽃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을 했고,
그 꽃에 메세지를 요청했었다.
사장님의 책에 내가 아이에게 준
메세지가 적혀있었다.
너무 신기했다.
사장님은 내 얘기를 넣으시면서 아이에게 보내는 메세지가
그 아이의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에 대한 기대를 하시면서
꽃이 그렇듯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모습이
사랑한다는 최상의 마음표현이라고 했다.
나의 행위가,
나의 글이,
나의 태도가.
타인에겐 또 하나의 행복한
순간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감동의 순간을 넘기면서
.마지막으로
마리골드 이야기가 나온다.
어디서든 잘 자라는 꽃.
햇빛과 바람만 있으면
묵묵히 자라나는 마리골드
마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반드시 네게 행복이 올 거라고 말하며
한 소녀에게 그의 아빠가 그 꽃을 선물했다고 했다.
“네 곁에 있는 동안에
그것들을 소중히 여겨라.”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글쓰기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라고 말하는 사람.
감사함에 진심이고, 행복에 진심인 사람.
행복을 파는 꽃가게 사장님을 만난 날,
나는 꽃을 들고 나오며
조금 더 단단해진 질문 하나를
가슴에 품었다.
인생의 다음 계절,
나는 어떤 향기로
살아가고 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