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하고 싶어.

by 담빛노트


나에게는 풀리지 않는 인생 숙제 같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말 잘하기’ 아니고,

‘잘 말하기’다.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논리도 있고, 감정도 있고, 때로는 제법 멋진 문장도 있다.

그런데 그 생각들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나는 갑자기 고장 난 로봇이 된다.


버퍼링...

말 꼬임...

문장 충돌...

심지어 내가 말하면서도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될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말보다 글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글은 좋다.

생각을 천천히 꺼내 놓을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고 다시 쓰면 되니까.


하지만 여기에도 작은 함정이 있다.

글쓰기가 편해질수록 말을 덜 하게 되고,

말을 덜 할수록 더 말을 못 하게 된다.

아주 훌륭한 악순환의 완성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책 많이 읽으면 말 잘하게 돼.”

나도 그 말을 꽤 오래 믿었다.

그래서 책도 많이 읽었다.

머릿속에는 나름 이것저것 쌓여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는 것과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종목이었다.


마치

수영 책을 백 권 읽었는데

정작 물에 들어가면 허우적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궁금해졌다.

도대체 왜 나는 말을 못할까.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해

집 근처 평생교육원 강좌를 발견한 순간

망설임도 없이 초고속 클릭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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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님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경쾌함, 자신감, 카리스마가

마치 탄산수처럼 톡톡 튀는 분이었다.

‘그래.

이분이라면 뭔가 답을 줄지도 몰라.’

나는 속으로 결심했다.


이번 강의를 통해

내가 왜 말을 못하는지

반드시 해답을 찾고 말겠다고.


강의 첫날.

첫 주제는 예상대로 수사학이었다.

역시나. “그럴 줄 알았어.”

모든 것은 결국 이론에서 시작된다.


수사학은

설득을 위한 말하기의 기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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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말하기를

타고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좋은 발음, 안정적인 목소리, 타고난 감각으로

사람들을 쉽게 설득한다.


하지만 강의에서 들은 문장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말하기는 타고나는 능력이라기보다

훈련의 결과에 가깝습니다.


순간 마음이 조금 놓였다.

아, 그렇다면

내가 말 못하는 것도

재능 부족이 아니라

연습 부족일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에서

진짜 어려운 부분이 등장했다.


말하기는 단순히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며,

그 과정 속에서 신뢰까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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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잠깐만요.

생각 정리도 어렵고

감정 전달도 어렵고

신뢰 형성은 더 어려운데요.

결론은 하나였다.


말하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기술이었다.

그래도 어쩐지 조금 희망이 생긴다.


나는 단지

아직 훈련이 부족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그러니 이제 남은 건 하나다.

버퍼링 로봇에서

조금 덜 고장 나는 인간이 되기까지

천천히 연습해 보는 것.


언젠가 말도 글처럼

조금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날이

오지 않을까.


물론 그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아마 계속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방금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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