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달이 문을 열고
시샘달이 머뭇거리다 물러나면
조용히, 아주 조용히
물오름달이 온다
오늘, 모처럼 나들이를 떠났다.
하늘은 조용히 비를 내리고 있었고
그 비는 돌 위에도, 나무 위에도,
작고 사소한 모든 것 위에 고르게 내려앉아 있었다.
어디 하나 봄비가 머물지 않는 곳이 없었다.
나뭇가지 끝에 맺힌 빗방울을 바라보다가
문득 깨닫는다.
아, 지금이 바로
물이 오르는 시간이구나.
겉으로는 아직 차갑고
바람 끝에는 겨울이 남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미 생명이 움직이고 있다.
비 한 방울,
그 조용한 무게를 견디며
나무는 속으로 물을 밀어 올리고
싹은 그 힘을 빌려
조심스럽게 세상 밖을 준비한다.
비가 그치면
모든 것은 조금 더 선명해지고,
조금 더 살아날 것이다.
쌀쌀한 공기 속에서도
이 계절이 품고 있는
따뜻한 기운을 느낀다.
오늘 이곳에서
물이 오르는
봄의 시작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