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이는 옷에 음료수를 쏟았다.
투명한 액체가 번지듯, 아이의 표정도 금세 흔들린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망했다.”
그 말이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그저 옷에 묻은 얼룩 하나일 뿐인데,
아이의 세상에서는 무언가 크게 무너진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씻으면 돼. 괜찮아.”
그 순간, 아이가 덧붙인다.
“할머니였으면 크게 혼났을 거야.”
그 말 속에는 기억이 있었고,
몸이 먼저 반응하는 익숙한 긴장이 있었다.
실수는 곧 꾸중으로 이어지던 시간들.
그 시간 속에서 아이는
잘못보다 두려움을 먼저 배우고 있었을 거다.
음료수를 흘리는 일.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아무것도 아닌 일.
그럴 수도 있는, 지나가는 하루의 한 장면.
그런데 왜 아이는
마치 인생의 낙오자가 된 것처럼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었을까.
나는 잠시 아이를 바라보다가
조금 더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야.”
“실수해도 괜찮아.”
“실수는 배우는 시간이야.”
아이는 그 말을 듣고도 금방 웃지 못했다.
아마 그 말이 아직은 낯설어서,
자기 안에 있는 오래된 목소리와
조금은 부딪히고 있었을 것이다.
무언가 일이 생겼을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먼저 책임을 묻는 아이.
그 마음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수없이 많은 작은 사고와 마주한다.
쏟아진 음료수처럼,
되돌릴 수 없는 순간들도 많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우리는 언제든 다시 배울 수 있다.
닦아내고, 다시 입고, 다시 걸어가며.
아이의 하루가
자책이 아니라 배움으로 채워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