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센트(%) 인생

by 현도현

퍼센트(%) 인생


그의 삶은 퍼센트다. 고혈압 증상이 있었던 그는 수영으로 최상의 건강상태를 유지하며 혈압약에 의존하지 않고 잘 버텼다. 그러던 중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통제 불능의 상태에 처했다. 정부에서는 강력한 조치들을 내놓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격리를 의무화하고 체육시설 등에 대하여 집단 활동을 전면적으로 통제했다.

그가 다니던 수영장도 폐쇄되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되었다. 코로나가 지나가면 다시 운동하면 될 것이라 믿고 잠시 자기 관리에 소홀했다. 그런데 코로나는 끝을 모르고 장기간 이어졌다. 운동을 중단했으니 다시 혈압약 복용하고 담배도 줄였어야 했는데, 자신의 체력만 믿고 방관했다.


이혼한 후로 홀아비 생활을 이어오던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쌀쌀한 겨울 아침, 잠에서 눈을 떴을 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하고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니 뇌졸중이다.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놈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세상 살아갈 자신감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벌어 놓은 돈도 없고 마누라도 없다. 아이들은 다 컸지만, 제 앞가림하기도 바쁘다. 꼭 살아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살아도 도움받기가 변변찮은 잉여 인간이 된 것이다.


아픈 나뭇가지에 칼을 대니 피가 뿜어져 나온다. 한 많은 인생 별 볼일 없이 살다 가는구나. 마음 정리를 했다. 그런데 피가 멈췄다. 이를 앙다물고 굳은 각오로 다시 칼을 대었다. 이번에도 피가 흐르다가 멈췄다. 죽음조차 뜻대로 되지 않아, 팔자를 탓하며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촌각을 다투는 뇌졸중 환자가 나쁜 짓 하느라 시간을 소비했으니 병세는 더 심각해졌다.


이미 죽어버린 뇌신경을 살려내느라 5년째 재활병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 자식들한테 짐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보호자가 든든한 다른 환자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운동과 재활에 열중했다. 70% 좀 못 미치게 회복되어 지팡이에 의존해 삐뚤빼뚤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전에 비해 회복 속도는 거의 멈춘 듯 더디다. 1% 회복하는데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리는 정도다. 그렇지만 그는 1%를 늘리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힘든 계단을 오르내리며 땀범벅이 된다.


1%에 도전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는 이들이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사람은 0.7% ~ 1%(30만 명 ~ 40만 명) 정도 추정된다. 마라톤 풀코스 도전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1%가 적은 수치는 아니다. 최근 들어 1%에 도전하기 위한 달리기가 붐이다. 섭씨 36도를 넘나드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년들 중심으로 비지땀을 쏟는다.


일시적인 붐일까, 아니면 장기간 이어질까. 쉬 가늠할 수는 없지만, 1%의 명예에 들기 위하여 부상도 불사한다. 인간의 삶에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것은 일견 숭고한 일이다. 그렇지만 목표에 닿기 위하여 무리하게 도전하여 후유증을 남기는 일은 옳지 못하다.


뇌졸중을 앓는 친구와 마라톤 하는 이들이 그토록 원하는 1%가 수치는 같지만, 그 의미는 천양지차다. 자신의 인생을 “퍼센트 인생”이라고 규정한 친구는 1%라도 늘려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의 희망은 오로지 퍼센트를 늘리는 것이다. 단 1%를 늘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다.

그에 비해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는 이들은 1%가 생존의 문제는 아니다. 꼭 이루고 싶은 희망일 뿐이다. 그들에게 퍼센트는 치장처럼 걸 수 있는 액세서리일 뿐이다. 오랫동안 마라톤을 한 사람들은 살아 있으니까 달리고 눕지 않으려고 달린다. 그들에게 마라톤은 목적이나 목표를 이루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에게 명령한 사명감을 가슴에 새기는 일이다. 달릴까 말까 고민할 겨를도 없이 그냥 달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근력이 빠지고 병을 앓게 되면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멈추게 될 것이다. 그때 퍼센트를 접는다.


이러하든 저러하든 퍼센트를 목에 걸고 땀을 흘리는 친구나, 달리는 사람들, 그들의 인생관은 다르지만 땀의 색깔이 열정임은 분명하다.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1%를 채우려고, 또 누군가는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해 1%에 들기 위하여 달린다. 삶의 이유가 다르듯, 땀의 의미도 다르다. 하지만 땀을 흘린 사람은, 결코 그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진리다. 이것이 내가 그들의 퍼센트 인생을 응원하는 이유다.



[일시] 2025년 7월 27일
[대회] 연습(양재천, 한강 일원)
[기록] 2시간 05분(20.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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