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친구 K]
마라톤을 함께하는 K는 1938년생으로 만 85세다. 20년 전 65세 되던 해에 마라톤을 시작해서 국내 수많은 마라톤 대회 및 보스턴 마라톤과 동경 마라톤에도 참석하여 풀코스를 완주한 열혈 청년이다. 머리칼이 희끗희끗 쇠어 세월의 무게가 쌓였지만, 그가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청춘이다.
나와는 아버지뻘 되는 24살 차이지만 마라톤 주로(走路)에 서면 친구가 된다. 그에 비하면 나는 아직 K가 마라톤을 시작한 나이도 되지 않았는데, 매번 달릴 때마다 힘들어하며 멈춰야 할 때를 가늠해 보는 노쇠한 마라토너다. 친구 K는 자기 관리 철저하고, 긍정의 힘으로 무장한 사람이다. 흔히들 ‘노익장’이라는 말로 치켜세우지만, 그 한마디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근성의 DNA’를 가진 사람이다.
평생 건설업을 경영했지만, 무리하지 않고 알차고 신뢰성 있게 경영하여 LH 우수 협력업체에 등록되기도 했다. 그의 성격은 차분하고 꼼꼼한 편이다. 지금은 현업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성실함은 여전하다. 매일 아침 양재천에서 7~8km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연세가 있으니까 조금 느슨해질 법도 한데, 그는 빈틈을 허락지 않는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수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단단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자신에게 관대할 마음이 없다.
“65세에 어떻게 마라톤 할 생각을 했어요?”라고 여쭸더니, 그는 담담하게 말한다. “막둥이 아들이 혼기가 늦도록 장가도 가지 않고 나태해 보여서 아버지로서 뭔가 보여주고 싶었어.” 그의 결심은 아들을 일깨웠다. 40대 초반에 결혼하여 친손주 둘 안겼으니 K는 마음의 짐을 훌훌 내려놓은 셈이다.
경제적으로도 성공했고, 85세에 마라톤을 뛸 만큼 체력도 유지했다. 게다가 지금도 팔씨름을 하면 내가 그를 이기지 못한다. 반듯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 그리고 자신을 향한 냉정한 검증. - 그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삶을 대하는 겸손함이었다.
건설업 경영이 쉬웠을 리 없다. 수많은 난관을 잘 극복하고 노년에 느긋하게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그가 부럽다. 식사 자리가 생기면 그가 밥을 사는 경우가 많지만, 절대 허투루 돈을 낭비하지 않는 검소함도 갖췄다. 비록 나이 차이가 있지만, K는 건강한 나의 친구다. 그와 함께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또한 행운이다.
제20회 강남국제평화마라톤에 참석하여 하프코스를 거뜬하게 달렸는데, 주최 측에서 최고령 참석자를 배려하여 작은 선물을 건넨다. MC를 맡은 배동성 씨가 K의 반듯한 자세와 늠름한 기에 눌려 깜짝 놀라며 너스레를 떤다. 멋진 친구와 마라톤을 함께한 나 자신이 새삼 자랑스럽다. K는 늘 나의 모범적인 별이다.
K와 함께하는 마라톤이 참 좋다. 부상 없이 오래도록 달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천천히 손잡고 가면 가지 못할 길이 있으랴. 함께한 시간 늘 감사한 마음으로 존경심을 가슴에 품는다.
[일시] 2023년 10월 09일
[대회] 강남국제평화마라톤(코엑스, 양재천, 탄천, 한강 일원)
[기록] 3시간 2분 33초(30.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