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감상문 : 눈 내리는 날, 괴물은 태어났다

끝까지 선택하고 싶었던 삶과 죽음

by 린새



※ 스포일러 경고 ※

이 글은 책의 핵심 내용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정과 테마 중심의 감상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전개에 민감하신 분께는 미리 알려드립니다








책 제목: 『스노우맨』

작가: 요 네스뵈

장르: 스릴러, 심리 추리소설

한 줄 느낌: 범인의 배경이 달랐다면 그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다.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인물들이 각기 다른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감정적으로 미성숙하거나, 이성보다 충동이 앞서기도 한다. 그런 불완전함이, 오히려 현실의 사회를 닮아 있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솔직히 거부감이 들었다. 성적 묘사가 지나치게 많은 듯했고, 어떤 인물의 지나치게 내밀한 사생활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그 묘사들이 단순한 자극을 넘어서 주제와 인물의 심리에 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유 없는 자극에는 거부감을 느끼지만, 필연이 느껴지면 쉽게 납득하는 나로서는 그 순간부터 몰입이 가능했다. 다만, 공공장소에서는 계속 읽기 어려운 구간도 있었던 건 사실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범인’이었다.

외형도, 성격도, 동기도. 그 어떤 작품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나름의 논리를 부여하며, 그것을 주인공에게 납득시키려 한다. 아니, 어쩌면 단지 이해받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감정, 그 사람을 스스로의 손으로 죽게 만든 감정. 그 감정을 설명하고 싶었을지도.

그는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죽인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반사회적 성향, 사이코패스를 떠올리게 했다. 이후의 서술에서도 그는 타인을 하나의 ‘인격’이 아닌, ‘도구’로만 대한다. 그런 인물이 '라켈'이라는 인물에게 잠시 흔들렸다는 묘사가 나왔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캐릭터 붕괴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인간 본성에 의한 흔들림이라고 해석하면 납득이 갔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유전병만 아니었다면 '라켈'을 통해 회복될 가능성도 있었을까?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나는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비틀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한 사람이 사회에 어떤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오래된 필름 영화를 상영하는 영사기를 멍하니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선명하지 않고, 오래되어 삐걱거리는. 흑백영화처럼, 배경이 온통 회백색으로 보였다.


마지막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범인은 끝내 자살을 선택한다.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간다는 공포, 그리고 마지막 죽음마저 스스로 선택하고자 하는 강박. 그것은 그가 얼마나 철저히 자신의 세계 안에서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4:6 정도 비율로 섞어놓은 것 같은 인물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오늘 밤 꿈을 꿀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마 그 꿈에서 나는 ‘범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냉정하고 삐걱대는 회색빛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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