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악의가 만든 거대한 파괴
※ 스포일러 경고 ※
이 글은 책의 핵심 내용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정과 테마 중심의 감상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전개에 민감하신 분께는 미리 알려드립니다
책 제목 : 『악의』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장르 : 미스터리 / 심리 스릴러
한 줄 요약 : 진실보다 빠른 악의, 그리고 그것을 먹고 자라는 사회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파편을 집요하게 해부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말하는 악은, 단지 한 사람의 증오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작은 악의’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을 때,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 파괴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작중 범인은 피해자에게 강한 열등감과 선민의식을 느꼈다.
상냥하게 내민 손조차 위선과 동정으로 느껴질 만큼, 이미 피해자의 존재 자체가 그에겐 모욕이었다.
결국 그는 피해자의 창작물을 도둑질하고, 매스컴 앞에 ‘진짜 창작자’인 양 서서 복수를 완성한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살인이 아닌, ‘기억을 조작하는 방식의 복수’였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의 악의가 혼자서는 완성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
가족의 사망 소식을 들은 피해자 가족에게 소송을 거는 가해자 측
정정보도에는 관심도 없이 자극만 소비하는 대중
뉴스 댓글에 욕설을 남기고 피해자의 집에 테러를 가하는 사람들
이들은 ‘가해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가해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피해자의 삶과 기억을 무너뜨린 공범들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진실보다 먼저 퍼지는 악의야말로, 가장 잔인한 폭력이 아닐까?”
진실은 늘 느리고, 복원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기억은 금방 뒤틀리고, ‘그 사람? 그거 표절했다가 죽은 거 아냐?’라는 식으로
사실이 아닌 서사만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한 사람의 말’이 사회적 낙인이 되기 전에
그 말에 물음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영화 『월드워 Z』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모두가 필요 없다고 해도, 단 한 명은 대비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의는 너무 쉽게 사실이 되고,
한 사람의 삶을 가볍게 뒤엎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