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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해영 Oct 25. 2023

힘들지?  쫌만 견뎌줘!(석숭설화1)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진다

마라톤에 출전하여 달리다가 도중에 힘이 부쳐 주저앉으면 이를 참가에 의의를 둔다로 말할까 완주를 못했으니 헛고생이라 해야 할까? 석숭이를 보자. 

       

석숭의 복


무당들은 ‘나이는 삼천갑자 동방삭을 점지하고 복은 석숭의 복을 점지해 달라’고 지껄인다. 석숭이는 조실부모하여 서른다섯 살 먹도록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로 살았다.


하루는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반편생을 살아도 남의 집서 머심만 살구 앞으로도 고생하고 살 텐데 죽는 게 옳다’ 고 생각했다.   

  

다음 날 산에서 나무를 하여 내려오다 나뭇짐을 내려놓고 잠시 담배 한 대를 물고 생각하길 “이놈우 시상(世上)을 그만둬 삐리구서 이 앞의 큰 못에 빠져 죽어 버리자” 하고는 물로 뛰어들려 하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다.     


“석숭아 물에 빠져 죽을 것이 아니라 아직 때가 미진해서 그런다. 동네우에 사는 봉사에게 가서 점을 치면 살길을 알려줄 것이다.”     

 

“한 가지 징험이나 좀 해보고 죽자.” 주인집에 나무를 부린 다음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점을 치러 갔다. 봉사가 나이와 이름 그리고 태어난 때를 묻고 산통을 흔들어 보더니


“내일부터 서쪽으로 가는디까지  멫날메칠이구 가, 바다에서 사는 용왕을 만나면 살길을 알려줄 거야.” 

 석숭이는 주인에게 품삯을 받은 후 보따리를 짊어지고 서쪽으로 떠났다.     

 

가다가 날이 저물었는데 동네의 큰 기와집 문 앞에서 사람을 찾으니 노파가 나왔다.

“나 행방웂이 이렇게 댕기는 사람인디 좀 재워주소”,  “여기는 잘디가 웂슴니다.”


할 수 없이 문간에서라도 날을 새려고 쭈그리고 앉았다. 안주인이 노파에게 말하길

“문깐이다 사람을 재우는 수가 워딨소?” 그래서 집안으로 들어가 객실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노파는 한밤중에 제사음식도 차려다 주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길을 떠나려 하는데 안주인이 

“그래 당신은 어디를 그렇게 향해서 가는 길이오?” 그간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녀는 용왕을 만나면      

“나 청순과순데 어떤 사람하고 살으야만 재산을 보전하고 끝가지 살껀가를 알아다 주시오.”     


며칠간 길을 가다 또 한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주인이 어디를 가냐고 묻고는 용왕을 만나면 자기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내 살만해서 부자 소릴 듣고 사는데 화단에 귀한 나무를 심어 꽃이 필만하면 말라죽눈디 워턱하면 된가?”     

 길을 가다 이젠 서해바다 섬에 있는 집에서 자게 됐다. 여가가 어디냐고 물으니 용왕이 사는 곳이라고 했다.   

   

“저 바다를 워터게 건너나! 차라리 그때에 물에 빠져 죽었으면 이거 고생을 안 하는 거인디, 이제 저기 들어가면 죽는디 워터카야 옳을꼬?” 하고 점쟁이 말대로 팔자 고쳐보려는 여행을 후회하는데...   


그때 이무기가 나타나 이유를 묻자 

“내 용왕에게 살길을 눌어야 하는디 물속으로 갈길이 웁서” 이무기가 말하길

 “내 소청을 들어주면 모셔다 주겠습니다.” 


“뭔데?”  “득천을 해야 하는데 이걸 못하고 있어 방법을 물어달라.”      

아무기를 타고 용궁에 닿았는데 문이 무척 크고 닫혀있어 들어가지 못하고  문틈으로 용왕을 보니 무섭기가 그지없었다. 그러자 용왕이 먼저 알아차리고는  “너 석숭이고 오다가 세 건의 부탁을 받았지?”     

 

다음은 용왕의 처방이다.     


이무기는 욕심이 많아 여의주를 세 개나 가지고 있어 하나를 석숭이에게 주면 득천할 수가 있다.

부잣집 나무가 죽는 것은 화단을 금이 쭉 깔려 있는데 나무뿌리가 금괴에 닿으면 삭어서 죽는다. 금을 모두 파서 절반은 석숭이 가지고 나머지 절반은 용왕에게 바치라 그러면 나무가 죽지 않고 살 거다. 과부집에 가서는 제사음식을 먹는 사람하고 살아라. 

    

 이무기에게 받은 여의주의 조화로 탈것을 마련하여 부잣집과 과수댁에서 용왕이 말하대로 조치하였다.   

석숭은 “츰부터 거렇게 복이 많아서 호화스럽게 산사람이 이니고 서른다섯 먹거럭 머슴 살고 고생을 많이 했다는 거여.”     


석숭의 돈자랑     


석숭은 중국 서진 때의 인물로 관직을 이용하여 독점 판매와 상선 약탈 그리고 부정부패로 큰돈을 모았다. 녹주라는 기생을 좋아하여 그녀를 위해  큰 빌딩을 지어줄 정도였다.


정치싸움에 지자 빌딩에 방화하여 녹주는 떨어져 자살을 하고 본인을 불에 타 죽었다. 석숭은 부의 라이벌 왕개와 돈자랑을 심히 하였다. 왕개가 집 앞 양쪽으로 40리의 비단길을 치자 석숭은 그보다 긴 50리의 비단길을 첬으며 화장실 바닥을 양탄자로 벽은 자색비단으로 치장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시녀 10명이 향수병을 들고 있게 하는 등 돈을 지랄 맞게 사용하였다.

  

재벌회사에 취직이 자랑? 왜 이런 설화가 나왔지


석숭은 뛰어난 학자나 장군도 아닌 그야말로 더럽게 출세하여 온갖 나쁜 짓으로 큰돈을 벌었고 온갖 추접한 짓거리로 돈을 쓰다 비명횡사했는데 설화가 왜 만들어졌을까?


나쁜 소문은 천리를 간다는 속담처럼 돈자랑 행실만 우리에게 전해짐일까? 아니면 설화층의 삶은 다른 계층에 비해 고생과 억울함이 많아 죽더라도 원 없이 돈을 벌어 쓰고 싶다는 탐욕의 표현일까? 

혹 어느 역사가의 말처럼 보통 사람은 만 배의 돈을 가진 사람을 위해 종노릇도 기꺼이 한다는 본성일까? 


이 설화는 대덕구에서 채집된 것으로 일제 때 명칭이 생긴다.  그래서 지명의 나이가 매우 젊은 바, 

사회 권력층이 문화권력 행사를 자주하여 일반인들의 불만을 설화로 분풀이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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