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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해영 Nov 01. 2023

또 복권방에 갈겨? 복 짓기를 먼저
(석숭설화2)


길 잃은 지렁에게 복을 요구하다.   

  

길을 가다 보면 지렁이가 내 눈에 잘 띈다.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 몇 년 전 비가 올 것 같은 날이었다. 한쪽은 풀밭 또 한쪽은 차도인 보도를 걷는데 지렁이 한 마리가 열심히 기어가고 있었다.    

 

 이사하기 좋은 날이라서 새집(?)으로 옮겨가는 중일까. 지렁이는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으나 나아가는 방향은 이사할 집과 오히려 멀어지는 도로 방향이었다.    

 

난 주변에서 죽은 나뭇가지를 젓가락처럼 사용하여 지렁이를 집어서 원래(?) 집인 풀밭으로 던졌다. 지렁이 입장에서는 갑자기 공중으로 붕 뜨더니 바닥에 쿵하고 떨어지며 올라갈 때의 쾌감과 떨어질 때의 아픔을 거의 동시에 맛봤을 것이다.  그 이후로도 보도의 지렁이 지킴이(?)를 하고 있다  


그때  나는 ‘선행을 했으니 복이 있겠지’ 하는 마음을 품었었다.      


석숭의 구복 여행     


가난한 석숭의 구복여행은 자신의 복을 빌러 가는 도중에 여러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부탁을 받고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와주면서 자신도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설화 한편을 소개한다.     


가난한 나무꾼은 돈을 더 벌기 위해 하루에 한 짐의 나무만 해도 되나 욕심을 내서 두 짐을 한다. 그러나 자고 나면 한 짐의 나뭇짐이 사라져 버리자 도둑을 잡기 위해 나뭇짐 속에 숨었다.   

   

밤이 되자 하늘에서 줄이 내려오더니 한 짐이 줄에 묶여 올라가 옥황상제 앞으로 옮겨지는 것이었다. 짐 속에서 나온 나무꾼은 옥황상제에게 물었다.      


“왜 남의 짐을 가져가나요?” 

“네 복은 하나야 왜 욕심을 내니?”     


나무꾼은 다른 사람들의 복은 어떠하나 물으니 옥황상제는 다른 이의 복주머니들을 보여줬다. 그중에서 유독 큰 복주머니가 있었는데 석숭의 복이라고 쓰여 있었다. 옥황상제에게 부탁하여 석숭의 복중에서 절반을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복 짖고 복 받기     


대부분의 우리는 복을 비는 가운데 태어나고 복을 비는 마음속에서 자라며 복을 빌며 살다가 후손에게 복을 빌어주며 죽어 간다.  이처럼 복을 구함은 우리 삶의 일부이다.


삶에 큰 영향을 줄 고통이나 난관을 만나면 더욱더 복을 구원한다. 이러다가 복을 받게 되면 생활의 자양분이 되어 어려움을 이겨내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다 보면 복을 받으려는 노력이 없이 횡재할 때가 있다. 이때 세상사를 쉽게 여기는 마음이 들 수 있으나 이 복을 잘 사용해야지 잘못 사용하면 내 삶을 더 어렵게 하거나 심하면 망치기까지 한다.     

복을 받음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福을 풀어보면 示(신의 뜻) + 一 + 口 + 田으로 신은 태어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기 몫의 밭(먹고 입고 누리는 것)을 주며 빈손으로 온 삶이니 만족하여 살라는 의미다.  

   

살면서 복을 열심히 구하되 그렇다고 이에 매달리지 말며 선행과 고운 마음씨로 빌어보라. 그리고 복을 못 받거나 더 나쁜 상황을 만나더라도 인생 종 쳤다고 여기지 말고 복을 빌며 견디나 보면    

  

“쨍하고 해 뜰 날이 올 것이다”     


지명과 설화     


석숭의 구복여행 설화는 9개 시군에서 11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 지명은 상주를 제외하면 모두 고려 이후에 생긴 명칭이며 옛 영화를 그리워한다(부여, 공주, 상주)든지 정부의 강한 행정통제에 반발이 상당했던 지역(봉화),  혼란시 줄 바꿔 타기(안동) 및 신생 지명(부산, 대덕, 월성)이다.     


보편성을 띤 구복 설화가 왕년의 좋을 때, 지배계층의 행위를 좀 못 마땅히 하기 등의 성격을 가진 지역에 제한적으로 분포하고 특히 호남권은 한 건도 없음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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