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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해영 Nov 22. 2023

나만의 주치의 만들기(편작설화)


    

날씨가 추워진다, 소금물 준비???


청소년시절 감기대장이었던 나,  주변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나는 무조건 걸려야만 했다. 특히 환절기에는 더욱 심하여 성장기의 심리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칠정도였다.


 대학생이 된 후 우연한 기회에 대처법을 알게 되었다. 

소금으로 희석한 물을 콧속에 흘려 넣으면 감기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거다. 늦가을에서 초봄까지 환절기가 오면 조그마한 비닐용기를 이용하여 매일 아침에 콧속을 소금물로 소독한다. 현재까지 40여 년을 하고 있으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으니 나만의 주치의인 셈이다.     


주의할 점이 있다. 소금물의 농도를 자기에게 맞게 조절해야 하며 콧속에 흘려 넣을 때도 피부에 스며들 듯이 아주 조금씩 넣아야 한다. 그렇지 앉으면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거나 별(?)을 볼 수도 있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수차 이 방법을 권한적이 있으나 해봤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 그들 나름대로의 주치의가 있겠지.  전통시대에는 큰 병이 나면 어떻게 치료를 하였을까? 설화를 보자!    

 



어머니 병을 못 고친 편작   


명의인 편작이 어머니가 병이 났는데 고치질 못했다. 시간만 흘러 병이 중해져서 반신불수가 되어버렸다. 

“네가 내 병을 고치려고 그케 애를 써두 못 고치는구나”


“바람이나 쐬고 죽어야겠다. 나 좀 업고 저 산에 가서 공기나 쐬자.” 편작의 동생에게 말했다.

해 질 녘이 되자  “어머니! 집에 갑시다.”


그런데 어머니는 목이 무척 탄다며 물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아들은 산꼭대기라 물이 없어 집에 가서 드리겠다고 하자,

“에미는 여기서 죽는다. 목구녕에서 불이 난다.”  


할 수 없이 주변을 찾아다니는데 파란 물이 고여있는 해골바가지를 발견했다. 물속을 살펴보니 지렁이 세 마리가 빠져 죽어 물이 파랗게 변한 것이었다. 어머니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더러워도 먹어야겠다고 하고 마셨다. 


 “이것은 철년두골의 삼룡수이다.”     


어머니를 업고 산아래로 내려왔는데 이제는 고기를 먹고 싶으니 자기를 내려놓고 구해오라 했다. 동생은 집으로 가서 고기를 구해보겠다 하나, 


“야 이놈아 당장 구해와라! 내 여기서 죽는 거 보려 하니?”


주변을 살펴봤더니 옻나무에 죽은 닭이 걸려있는데 절반은 썩었고 절반은 괜찮았다. 어머니는 그것은 골계라 하며 나무를 구해 고기를 굽게 하여 먹었다.     


“인제 살았다.”  오므라든 다리가 뼈드리고 팔도 뼈드리고 하여 인제 걸어 다녔다.  편작이 여러 날이 걸린 출장 진료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집을  바라보니, 옷얼 깨깟이 입고서 왔다 갔다 하는 노인네가 있는 거야.


한눈에 봐도 어머니인 거야. ‘우리 어머니는 앉은뱅이인데 이상하네.’

“아이고 어머니 으트게 배깥에 나오셨어요?” 


사정을 들은 후 편작은 동생에게 큰절을 하면서 

“야 동생 보기도 미안하네!”   “형님은 워츠케 남의 병을 고치면서 어머니 병을  못 고챠요?”


”효심이 부족하지” 나는 고칠 방법을 알고 있었는데 약을 구하지 못했다. 천년두골의 심룡수 먹어야 하고 오계작을 먹어야 한 것이었다. 그래서 치료법을 알고도 재료를 못 구해 고치질 못했는데   동생은 효심이 깊어서 구한 거다. 


“미리 이런 이야기를 동생에게 하면 남의 묘를 판다던지 이런 생각을 할 것 아니여?”

그래서 효심이 지극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한거다.         

 



의술이 매우 발달한 현재도 민간요법이 쓰이고 있다. 물론 의학적 과학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이 땅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체험, 습득, 전래된 치료법인 것이다.

설화층이 살아있을 당시에는 이런 치료법이 큰 믿음을 가지고 있어 효과가 더 컷을 것이다.    

 

설화 이해하기


세상에 못 고칠 병이 없는 의사로 알려져 있는 편작,  환자의 신분이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치료를 하였다 한다. 그러나 이런 편작도 자기 어머니 병은 치료하지 못했다는 설화가 왜 생긴 것일까?


옛날의 설화계층은 생활의 여력이 없어 부모가 큰 병이나도 의사의 전문적인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불치병 치료 경험을 수집하여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였을 것이며 그래도 효과를 못 보는 경우 부모님의 마음이라도 편케 하려고 원하는 바를 해 드리라는 마음 가짐을 강조하려 생긴 설화일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부모가 큰 병에 걸리면 가기 싫어하는 부모마음을 살피지 않고 요양원 등으로 입원케 하여 없던 병도 생기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위 설화는 대덕에서 채집되었고 안동, 봉화, 상주, 대구, 울주, 의령, 중원, 양양 등에도 있다.    


편작


중국 전설시대의 인물 또는 진나라 시기 인물로 이름은 진월인이라고도 하며 명의의 상징이다. 

편작의 아버지가 천식이 걸렸는데 치료하지 않자 제자가 치료를 했는데 다 나은 아버지는 건강을 돌보지 않고 술과 고기를 마음껏 먹다가 갑자기 사망하였다 한다. 


편작을 이를 염려하여 치료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삼국시대 조조를 치료하다 죽임을 당한 화타가 더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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