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미루고 미룰 만큼 비싸지 않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싸게.
행복은 미루고 미룰 만큼 비싸지 않다. 태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中 -
예전에 백화점이나 아웃렛에 가면 힘든 일상을 보상받으려 '무조건적인 소비'를 했다.
가계부 상황은 고려되지 않은 나만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30-50만 원의 커트라인까지.
'이 니트티는 집에 있는 청바지를 잘 어울릴 거 같아.'
'어? 겨울 패딩이 세일이네?'
그러던 와중에 가격 때문에 살까 말까 고민하는 와이프를 보면 나의 가짢은 자존심이 건드려져
"그냥 사~ 다음 달에 보너스 나오잖아"
하며 허세를 부렸다.
어떻게든 돈을 쓸 이유를 만들고,
쇼핑에 중독된 것 마냥 잠깐의 소비가 주는 쾌락을 위해 몇 십만 원을 카드로 긁어댔다.
소비를 위한 공간 안에서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과 얽히고설켜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공허함과 허무함은, 양손 가득한 쇼핑백을 트렁크에 넣고 운전석에 앉는 순간, 알 수 없는 '찝찝함'으로 나의 정신세계에 켜켜이 쌓여갔다.
집안에는 언제 샀는지도 모를 옷들이 쌓여가고,
새 옷이어야 하는 옷들이 헌 옷들로 둔갑해 있었다.
주말이면 주중에 고생한 나를, 그리고 우리 식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비싼 메뉴를 골랐다.
엄청난 고급 식당은 아니더라도 4인 가족 한 끼 식사에 15만 원, 많게는 20만 원을 우습게 지출했다.
그렇게 내 인생 안에 쌓여간 '합리화를 위한 소비'는 나 자신을 서서히 '소비괴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과거의 나는 '잘못된 투자 한 번', '운이 너무 없어서'라는 수식어로
자존감이 바닥인 나를 위로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바닥을 찍고 나서 깨달은 게 있다.
'절대' 모든 일은 한 번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엄청나게 작은 노력이나 균열이 누적되어 생긴다는 것을 말이다.
현재 나에게 있는 '8억'이란 빚은 내가 선택한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덜컥 생긴 것이 아니다.
평소 소비에 대한 안일함.
작은 선택들에 있어서의 경솔함들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우리 식구들은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메뉴는 동네에 있는 '냉삼(냉동삼겹살)'이었다.
거의 한 달 만에 외식이었고,
고기 5인분, 김치말이 국수, 볶음밥까지 네 식구가 배 터지게 먹었다.
"사장님 얼마예요?"
"예~56800원입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1300원짜리 소프트콘을 하나씩 손에 들고, 사소하지만 행복한 대화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왔다.
예전에는
집밥은 맛이 없다며 습관처럼 배달이나 외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냉파(냉장고 파먹기)'를 하며 집밥의 소중함을 느끼고, 매 끼니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새 옷을 사서 몸을 가리는 대신, 운동을 하며 예전에 샀던 옷을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몸을 만들려 땀을 흘린다.
'8억'란 빚은 내 인생에 큰 시련과 좌절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많은 선물 같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래서..
한 달 만에 지출한 우리 네 식구의 외식 비용은
62000원
그날의 우리 식구를 위한 행복의 가격은 62000원이었다.
일상에 지쳐 나중의 행복을 위해 현재 자신의 행복을 미루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가족들과 밖으로 나가 붕어빵 하나씩 사들고,
쓸데없지만 행복한 대화를 나누며
산책하듯 걸어보는 건 어떨까?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싸게.
행복은 미루고 미룰 만큼 비싸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