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ㄷㄷ한 싱가포르 병원비
싱가포르 주변국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경제적 발전을 이룩한 싱가포르...
이 싱가포르도 원래는 사실 말레이시아 연방의 일원이었고, 강제로 독립한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아실랑가 모르겠다.
말레이 반도 맨 끝에 위치하고 있어 말레카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중간 기항지인 싱가포르로 지리적 위치는 뛰어났지만, 유독 인구 구성비 중 70% 이상이 중국계였던 관계로 인종간 대립이 심심치 않게 있었고
이로 인해 결국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사실상 축출이 되면서 싱가포르로 독립을 하게 된다.
싱가포르의 초대 국부이자, 오늘날의 싱가포르로 발전시키기까지 모든 것을 설계하고 이끌었던 리콴유 총리는 국가를 건설하고 사회 기반의 토대를 정립하면서 복지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데, 뭐 아주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싱가포르에도 의료 보험이 존재해서 누구나 적절한 비용으로 병원진료를 받을 수는 있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는 좀.... 많이 다른 점을 느낀다.
특히, 1인당 GDP가 2024년 기준 9만 달러가 넘는 엄청난 경제 부국임을 감안하면 이곳의 인건비가 얼마나 높을지를 감지할 수 있다. 이는 병원비용에도 고스란히 나타나며, 일반 병원 (동네 의워)과 종합병원 사이에 꽤나 큰 의료비의 차이를 가져온다.
내가 작년(2023년) 5월에 이곳에 오고 나서 약 2개월 후인 7월에 도착을 했고 8월부터 학교 생활을 시작한 지 두 달여 후, 학교 등교를 위해 현관에서 신발을 신던 중 아이의 손이 그만 현관문에 끼어 손을 다치는 사고가 나고 말았다. 출근을 하다 말고 그대로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간 나는 우는 아이를 데리고 재빨리 집 근처의 종합 병원으로 향했다.
나도 처음 가는 싱가포르의 병원이어서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겨우 접수를 하고 혹시 손가락 뼈가 부러지지 않았는지 X-RAY 검사 대기를 하였는데, 평일 오전이었지만 X-RAY 검사에만 대기자가 30명이 넘었고 거의 2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촬영을 하였다. 다행히 아들의 손가락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미세골절이면 X-RAY로도 확인이 불가하니 며칠 관찰하다가 통증이 가시지 않으면 다시 방문할 것을 권장받고 귀가 조치를 받았다.
이후에 받아 든 청구서는 조금 의아했는데, X-RAY 한번 찍고 의사 얼굴 한번 본 게 다인데 거의 35만 원 돈이 찍혀있었다가, 국가 의료 보험으로 약 20만 원을 공제(?) 받고 15만 원을 지불하고 나왔다.
경황이 없어 잘은 몰랐지만 아마도 비자 소지자에게도 어느 정도 의료 보험은 적용이 되는가 보다 했다가 15만 원이라는 돈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저 X-RAY 한번 찍었을 뿐인데...
더욱이 놀랐던 일이 벌어진 건 그로부터 한 달여 후였다.
아내는 나와 달리 치아 관리가 매우 잘 되어있어 15년이 다 되어가는 결혼 생활동안 치과를 거의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좋았는데 하필, 싱가포르에 온 지 3개월 만에 왼쪽 윗 어금니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통증은 가시지 않고 점점 더 심해졌고 급기야 진통제로도 통제가 안될 만큼 아파했다. 결국 싱가포르의 한국인 의사가 있는 치과를 가고서야 충치가 있어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려 5회에 걸쳐 신경치료와 크라운을 씌우는 것으로 치료 일정을 잡아 거의 한 달 반정도 걸쳐 치과 치료를 끝냈다.
치료가 끝난 이후 받아 든 청구서는 모두 3천 불... 당시 환율로 약 300만 원에 달하는 돈이었다.
아니... 1개 치아에 신경치료와 크라운 하나를 씌웠을 뿐인데, 한국의 10배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한 것을 보고 기함을 할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이것이 맞는지 싱가포르인 직장 동료들에게 물어봤으나, 덤덤하게 돌아온 답은 "맞아"였다. 심지어 싱가포르에서 임플란트 하나를 하면 한국 돈 약 600만 원이 든다고...
뭐 미국이나 호주에서 치과 치료받으러 한국에 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싱가포르도 그중에 하나였다니...
그런데 아내와 비슷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며칠 전부터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조금씩 아프더니 급기야 씹기가 불편한 상황이 왔다. 나는 아내가 다녔던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았는데, 잇몸이 좋지 않아 잇몸 치료를 받아 내부의 피를 빼고 압력을 낮춰야 원인이 해결된다고 해서 마취를 하고 잇몸을 절개하는 간단한 수술을 받았다.
청구서는 50만 원... 의사는 매우 친절하고 여러 가지 설명과 조언을 열심히 해 주었지만... 정말 병원 가기 무서운 규모의 청구비용이었다. 물론, 회사에서 나를 위해 여행자 보험을 들어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비용은 보험 청구로 회수가 가능했지만 한국인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고 여전히 외국에서 병원에 가기는 꺼려진다.
요럴 때 느끼는 건데 정말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 들이 해외에서는 큰 도전이 되기도 하고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마도 병원이 그중에 가장 큰일이 아닌가 한다. 내 목숨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 것 같다.
우리 세 식구... 돌아갈 때까지 제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있다가 돌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