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검은색
찢기고 갈라진 흉터는 강제적으로 열린 문이다.
문 뒤의 공간은 무한하고 암흑처럼 어둡다.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문을 열고 들어가기엔 나에게 두려움이 너무 많다.
어둠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찢긴 흉터를 열어 검은 공간으로,
보이지 않는 너머의 세계는 그게 무엇이든 가능하다.
가혹한 두려움을 안고도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제 맘대로 열려버린 문은 내게
어둠 속에 조용히 머물기를 명령하고 그게 무엇이든,
모든 상상을 허락한다.
내 모든 감정은 충분히 보호받으며 안전하게 머문다.
흉터를 꿰매고 나면 문은 닫혀버린다.
내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 Rene Magritte, The Lovers, 1928 >
어둠의 긍정성을 표현하다 보니 르네 마그리트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보아야 할 것을 보기 위해 많은 것을 보지 않는다.
때로는 문을 열고 내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다.
어둠은 긍정이다.
어둠은 모든 것을 허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