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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May 30. 2022

물과 어머니 태양이 선사해 준 무지개의 창

생활과 과학

지난 주말에 수리산을 등반하였다. 수리산역에서 출발하여 산본고등학교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5월의 신록은 연초록을 지나 짙은 초록으로 산 전체를 덮고 있었다. 수리산은 활엽수가 극성인 숲을 이루고 있어 소나무보다 참나무, 오리나무, 쪽동백, 산사나무, 때죽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선사했다. 때죽나무는 아직 꽃이 피어 있어 그 독특한 향기를 산속에 흩뿌리고 있다. 오랜만에 지인들과 등반을 하면서 애기똥풀, 산딸기, 뱀딸기, 싸리나무의 꽃을 볼 수 있었다. 가끔 가파른 경사길이 나타나서 등산을 곤혹스럽게 했지만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수도권에 다양한 규모의 산들이 산재해 있어서 자신에게 맞는 산을 선택하여 산을 오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도권에서 쉽게 산에 접근할 수 있는 나라는 몇 없는데 우리나라 대표적인 산 친화적 나라이다. 


   산속에서 초록의 신록을 보면서 태양에서 오는 빛 중에서 무지개색의 가시광선 창(visible window)을 열어준 물 분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어처구니없게도 과학자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아마 시인이었으면 시구가 생각났을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는 과학자인가 보다. 지구는 물의 행성이다. 물은 물리적, 화학적으로 너무 특이하고 생명에게 고마운 성질을 많이 가지고 있다. 다양한 물의 특성은 가끔 얘기하겠지만 오늘은 물이 생명에게 볼 수 있는 빛의 창을 열어준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우주 진화 과정에서 은하가 탄생하고 태양과 같은 별이 탄생하면 별에서 수소가 핵융합하여 막대한 에너지를 발생시켰다. 태양이 계속 핵융합하면서 타면 수소가 헬륨, 탄소, 질소, 산소, 인 등과 같은 좀 더 무거운 원자들을 만든다. 이렇게 우주에는 생명체의 근간이 된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원소들이 풍부해졌다. 이 원자들은 서로 결합하여 분자를 만드는데 수소 분자, 산소 분자, 물 분자 등이 먼저 형성된다. 우주에 흩어져있던 가스들이 응집하여 별이 되고 별이 타면서 생성한 더 무거운 분자들 만들어진다. 태양계에도 산소와 수소가 결합한 물 분자(H2O)가 많았고 추운 우주에서 얼음덩어리로 존재했다. 태양계가 형성되고 지구가 만들어진 후에 태양계를 떠돌던 얼음덩이 혜성들이 지구의 인력에 포획되어 지구로 떨어졌다. 지구는 다행히 지각이 형성되어 있어서 물이 지표에 떨어지더라도 지구 내부로 흡수되지 않고 지각 위에 쌓일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물이 쌓여서 바다를 형성하게 되었다. 어머니 태양(Mother Sun)으로부터 지속해서 들어오는 에너지 때문에 얼음은 물이 되고 물은 수증기가 되어 대기에서 순환하고 다시 비가 되어 땅으로 떨어지면서 물순환 과정 형성되었다. 이렇게 지구는 물이 풍부한 행성이 되어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었다. 과히 복잡계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물이 풍부한 행성에서 진화한 생명체들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을 에너지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으며 그중 일부는 빛을 외부 사물을 보는 데 활용하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빛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전자기파 중에서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색 영역의 가시광선(visible light)으로 한정하곤 한다. 전자기파는 파동이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서 진동하는 진동수나 공간적으로 퍼져나갈 때의 파장으로 묘사할 수 있다. 고요한 호수에 담근 발을 진동하면 물결파가 형성되어 퍼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결파는 물의 진동으로 형성되며 호수의 물이 위아래로 진동하면서 진행하는 파를 만들어낸다. 1초 동안 진동이 반복되는 횟수가 진동수이고 물결파의 이웃한 마루와 마루 사이의 거리가 파장이다. 요즘 나노미터란 단위를 많이 사용하는데 가시광선의 파장의 길이는 380nm(보라색)에서 780nm(빨간색) 사이의 전자기파를 의미한다. 보라색보다 파장이 짧으면 자외선이고 빨간색보다 파장이 길면 적외선이 된다. 엑스선, 감마선, 마이크로파, 라디오파 등은 파장의 길이가 다른 전자기파들이다. 


  그러면 생명체들은 왜 가시광선의 창을 보는 데 사용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물 때문이다. 모든 물질은 빛을 흡수하거나 투과한다. 물은 가시광선 창의 빛을 잘 투과하지만 자외선과 적외선 영역의 빛을 잘 흡수한다. 대기 중에 물분자들이 있더라도 빛은 대기를 잘 통과할 수 있다. 물론 구름이 많이 끼면 많은 빛이 차단된다. 생명체의 눈알은 대부분이 물인 액체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빛이 안구로 통과하더라도 거의 흡수되지 않고 눈알의 맨 안쪽에 분포해 있는 망막에 도달할 수 있다. 망막에 분포해 있는 막대세포와 원추세포는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색소 고분자를 함유하고 있어서 빛을 화학적으로 변환하고 다시 전기신호로 변환할 수 있다. 시신경 세포가 감지한 빛은 결국 전기신호로 변환되어 뇌의 신경세포에 전달되어 생명체가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서 우리 눈은 주변의 사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식물의 잎에 분포된 엽록체는 초록색 빛을 잘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식물의 잎이 초록색으로 보인다. 식물의 잎과 꽃들은 다양한 색깔로 진화하였다. 특히 꽃의 색은 곤충이나 새를 유인하여 꽃가루를 옮겨서 수분을 시킬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 꽃의 색이 특정한 곤충이나 새의 눈에 잘 띄도록 빨강, 노랑, 보라, 하얀색 등 다양한 색을 띠게 되었다. 곤충, 새와 꽃은 서로 공진화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를 맺게 되었다. 사람도 다양한 열매나 꽃을 채집하여 먹었기 때문에 식물의 다양한 색깔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 


  사람의 특이한 점은 인류가 사회를 형성하면서 꽃과 식물에 대한 다양한 사고체계를 형성하였다는 것이다. 꽃이나 식물을 아름답게 여기는 뇌의 인지 작용은 동물계에서 아주 특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한 색깔의 꽃이 아름답다고 여길 때 사람에게 어떤 이점이 있을까? 진화적 관점에서 다양한 동식물을 보고서 아름답다거나 귀엽다고 여기는 것은 다분히 사회적 선택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개나 고양이는 인간에게 친화적이므로 귀엽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지만, 늑대나 호랑이는 귀엽다기보다는 두렵게 느낄 것이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귀엽다거나 아름답다고 자연선택을 했을 것이다. 모든 아름다운 꽃이 다 사람에게 이로운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꽃이 이로움을 주기 때문에 빨강, 노랑, 보라, 흰색의 꽃들을 우리는 예쁘게 느끼는 것이다. 물이 열어 준 가시광 창이 인류의 심미적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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