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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Jun 01. 2022

반딧불이의 씽크와 촛불집회는 서로 다를까?

눈치 보기에서 동기화로 (복잡계 과학)

우리나라가 민주화되기 전인 70년대, 80년대에는 대규모 시위가 잦았다. 2008년에 한미 FTA에 따른 미국산 소고기 개방을 앞두고 광우병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일어났고, 2016년에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발생한 촛불집회에는 한번에 백만 명 이상이 참여하였다. 거리에 앉은 사람들은 촛불을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촛불의 파동을 만들어냈다. 많은 사람이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면서 파동의 문양을 만들어낸 것이다. 촛불집회에서 연단의 사회자는 어떤 구호를 외치면서 촛불의 파동을 유도한다. 지휘자에 의해서 촉발된 행동은 사회자가 보이지 않는 멀리 떨어진 사람도 파동이 다가오면 앞사람의 행동을 따라 한다. 따라 하기 행동은 사회나 자연 현상에서 독특한 문양을 만들어낸다.     


   70년대에 필자가 살던 남도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한 여름밤이면 주변에 온통 반딧불이 천지였다. 동네 아이들은 반딧불이를 잡아서 병에 넣고 다니면서 한여름 밤의 동네를 들썩이게 했다. 요즘은 맑은 지역이 많지 않아서 반딧불이가 나오는 지역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한다. 또 일부러 반딧불이를 사육해서 반딧불이 축제를 하는 지방자치 단체도 여럿 있다. 반딧불이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에서 반딧불이는 커다란 나무에 집단으로 날아와서 무리를 이루고 꽁지의 불을 한꺼번에 켰다 끄기를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딧불이 집단에는 대장이나 지휘자가 없다. 그런데도 이 벌레들은 페르몬이나 빛을 인지하여 집단적인 동시 행동을 한다. 이런 동시 행동을 동기화(sychronization) 또는 씽크(synch)라 한다. 반딧불이가 꽁지의 불을 같이 켜는 것은 짝짓기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수단이다. 반딧불이뿐만 아니라 풀숲에서 합창하는 귀뚜라미들도 씽크 현상을 보인다. 가을밤의 귀뚜라미 소리는 청량한 느낌을 준다. 사람을 위해서 노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귀뚜라미의 씽크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사람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복잡한 형태로 연결되어 있고, 신경세포들은 입력 신호를 받아서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한다. 신경세포들이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현상을 발화(firing)라 한다. 뇌신경세포들의 발화는 마치 반딧불이처럼 씽크 현상을 보인다. 신경세포의 씽크는 사람의 인지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심장은 자발적으로 쿵쾅거리면서 뛴다. 심장의 우심방 상단 벽의 동방결절(sinoatrial node)에는 자율박동세포(pacemaker cell)가 분포되어 있으며, 이 세포들은 자율적으로 전기신호를 내보낸다. 자율박동세포들은 심장이 일정하게 박동하도록 동시에 전기신호를 만들어내도록 싱크 되어 있다. 자율박동세포가 씽크를 이루지 못하면 심장의 박동은 불규칙해지고 건강을 해칠 것이다.     


  동기화를 처음 발견한 과학자는 1665년에 네덜란드의 과학자 크리스티앙 하위헌스(Christian Huyens, 1629-1695)이다. 하위헌스가 병이 나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누워있는 방에는 일전에 자신이 개발한 진자시계 두 개가 벽에 일렬로 걸려있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하위헌스는 시계추의 진동을 관찰했다. 그런데 진자시계의 추가 서로 다가왔다가 멀어진 것이 아닌가. 하위헌스는 추를 처음에 제멋대로 출발시켜 보았는데 놀랍게도 얼마 후에 두 추는 서로 씽크를 이루어 진동하였다. 추는 항상 서로 멀어지는 방향으로 보조를 맞추었다. 하위헌스는 추 사이에 나무판을 설치하여 공기의 이동을 차단해 보았지만, 그에 상관이 없이 추는 씽크를 이루었다. 이것을 보고 하위헌스는 시계의 추가 서로 “연민(sympahy)”한다고 말했다. 하위헌스는  씽크의 원인이 추가 움직일 때 지지 막대를 반대로 밀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다. 음악에서 박자를 맞추는 데 사용하는 메트로놈 여러 개를 탁자 위에 놓고 멋대로 진동시켜 본다. 딱딱한 탁자 위에서 메트로놈의 진동은 보조가 맞지 않아 씽크를 이루지 않는다. 기다란 판자를 두 개의 깡통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메트로놈을 올려놓은 다음 메트로놈을 멋대로 진동시켜 보자. 얼마 후에 메트로놈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진동하면서 씽크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그 이유는 메트로놈이 깡통 위의 판자를 통해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 상호작용이 메트로놈의 씽크를 유도한다.      


   1967년에 아써 윈프리(Arthur Winfree)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묘사하는 복잡한 수학 모형을 제안했지만,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풀 수가 없었다. 1974년 일본의 젊은 수학자이며 물리학자 요시키 구라모토(Yoshiki Kuramoto)는 윈프리의 모형을 더 간단한 모형으로 바꾸어 구라모토 진동자 모형을 제안하였다. 현재 이 모형을 구라모토 모형(Kuramoto model)이라 부른다. 이 모형은 각 귀뚜라미를 하나의 진동자로 나타내고 이 진동자들이 서로 결합하여 진동하는 비선형 싸인함수 항을 포함하도록 단순화한 모형이었다. 그러나 구라모토는 이 모형의 중요성을 당시에 인식하지 못했다. 우연히 구라모토의 발표를 알게 된 아써 윈프리는 구라모토 모형이 동기화 현상을 이해하는 매우 간단한 모형임을 깨달았다. 구라모토 모형을 컴퓨터로 풀면 진동자들이 쉽게 동기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진동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커지면 모든 진동자가 보조를 맞추어 행동을 시작한다. 진동자 사이의 결합의 크기가 어떤 문턱(threshold)을 넘어서야만 씽크가 생긴다. 마치 물이 수증기로 끓으면 상태가 바뀌듯이 구라모토 진동자 모형도 보조가 맞지않는 진동에서 동기화된 상태로 바뀐다. 구라모토 모형은 현재 동기화 현상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절연체를 삽입한 구조를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이라 한다. 조셉슨 접합으로 만든 조셉슨 소자에 전압을 걸어주면 초전도체의 터널링 효과에 의해서 흐르는 전류가 위상차의 싸인함수 꼴로 표현된다. 조셉슨 소자를 여러 개 연결하면 구라모토 모형에서 나타나는 씽크 현상이 나타난다. 귀뚜라미의 우는 소리를 묘사한 식이 초전도체로 만든 소자에서도 나타난다. 복잡계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원리를 공유하는 예들이 많이 있다.     


   반딧불이, 귀뚜라미, 신경세포, 자율박동세포 등은 많은 구성단위가 서로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결합한 비선형 진동자이다. 이런 진동자들은 비선형 상호작용하는 다체계이므로 대표적인 복잡계이다. 이러한 진동자들은 개별적으로 진동하기보다는 동시에 보조를 맞추어 진동하려는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동기화, 즉 씽크는 복잡계의 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큰 강당에 모여서 손뼉을 칠 때 처음에는 제멋대로 손뼉을 치지만 사람들이 상대방의 소리를 듣고서 조금씩 손뼉을 치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동기화된 손뼉을 칠 수 있게 된다. 눈치를 보면서 상대방의 행동을 따라 하다 보면 전체가 한꺼번에 동작하는 상태가 된다. 자연계나 사회에서 동기화 현상은 광범위하게 볼 수 있다. 사회현상에서 동기화가 사회를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일어나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가끔은 사회적 동기화가 사회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33년 국가사회주의 노동자당의 당수 아돌프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독일 국민이 히틀러의 선전 선동을 따라 하면서 홀로코스트로 귀결된 것은 씽크가 꼭 이로운 그것만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회적 씽크(Social Synch)가 일어날 때는 그 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 SNS, 유튜브 등에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하여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한 미국의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던가? 요즘은 부정적인 사회적 씽크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되었다. 민주시민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하며 사회적 비판과 논쟁을 승화해 내는 합리적 민주성을 갖추어야 한다. 생각이 다른 보수와 진보의 두 사람이 어떤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이더라도 헤어질 때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그러한 격론이 우리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죽일 듯이 격론을 벌이더라도 헤어질 때 서로 화해하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성취된다. 그래도 사회적 씽크가 파쇼로 가지 않도록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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