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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Jun 03. 2022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지만 자연은 평등을 지향한다! (복잡계 과학)

아마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가 공짜로 밥을 사준다고 하면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일 년에 한두 번은 연구실로 깨달은 분들이 찾아온다. 그분들은 대개 무림의 고수로써 스스로 과학을 공부하여 깨우쳤다고 믿는 분들이다. 가장 많이 고민하는 문제가 상대성 이론과 영구기관이다. 과학을 공부하는데 축적과 체계가 필요하다. 물리학에서 일반물리학,  역학, 전자기학, 현대물리학, 양자역학, 열역학 및 통계역학의 단계로 배우는 것은 체계를 세우기 위해서이다. 수학에서 더하기 빼기, 분수, 실수, 제곱근, 인수분해, 미적분을 차례로 배우는 것 역시 앞의 내용을 배우면 좀더 발전된 분야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로 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과학을 듬성듬성 배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스스로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즘과 같은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널려 있는 지식을 습득하고 앞뒤를 맞추어보고 체계를 세우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무림의 고수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는 영구기관 얘기를 해 보겠다.      


   19세기 중엽에 과학자들은 열역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Rudolf Clausius, 독일의 물리학자, 1822-1888)란 과학자가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발견하였다. 클라우지우스가 작명한 엔트로피(Entropy)란 단어의 En은 그리스어에서 ‘변환(transformation)’을 뜻한다. 엔트로피 개념이 나오기 전에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하다’라는 에너지 보존 법칙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에너지 보존 법칙을 열역학 제1법칙이라고 한다. 어떤 시스템의 내부 에너지 변화는 시스템이 환경과 주고받는 열과 일에 의해서 결정된다. 사람을 시스템이라고 하면 음식을 먹으면 음식에 포함되어있는 화학적 에너지가 체내로 흡수되어 사람의 내부 에너지가 증가한다. 한편 출근길에 집에서 전철역까지 걸어간다면 걸어가는 동안 일을 한다. 우리가 일을 하면 체내의 에너지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의 이득과 손실의 합이 시스템이 가진 총 에너지 변화와 같다는 것이다. 에너지의 이득이 많으면 총 에너지(내부 에너지)는 처음 에너지보다 증가한다. 반대로 에너지 손실이 크면 총에너지는 처음 에너지보다 줄어들 것이다.      


   클라우지우스는 에너지(Energy)와 댓구를 이루도록 엔트로피(Entropy)란 용어를 만들었다. 1832년에 사디 카르노(Sardi Carnot, 1796-1832)는 열기관의 효율을 생각하면서 이상적인 열기관인 “카로노 엔진의 열효율이 이 세상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댓값”임을 발견하였다. 카르노의 이 발견을 열역학 제2 법칙의 최초 발견이라 한다. 카르노는 1832년에 콜레라로 사망하였고 그의 논문은 그의 사후인 1834년에 발간되었다. 카르노의 연구를 널리 알린 사람은 1834년 클래페이롱(Benoit Claperon, 1799-1864)으로 카르노 싸이클을 압력과 부피 공간에서 그려 카르노의 연구를 확장하였다. 1843년 포겐도르프(Johann Cristian Poggendorff, 1796-1877)는  클래페이롱의 연구를 독일어로 번역하였다. 이를 계기로 독일과 영국의 과학자들이 카르노의 연구를 알게 되었다.     


   카르노의 표현은 좀 추상적이기 때문에 1850년에 클라우지우스는 열역학 제2 법칙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열이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저절로 흘러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표현을 열역학 제2 법칙에 대한 클라우지우스 표현이라 한다. 여기서 "저절로"가 중요하다. 열은 저절로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이동한다. 1865년에 클라우지우스는 열역학 제2 법칙을 더 발전시켜서 ‘우주의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하며 결국 최댓값이 된다’라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발표하였다. 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열역학 제2 법칙을 수학적으로 표현 하면서 발견하였다. 클라우지우스는 시스템에 출입하는 열을 온도로 나눈 값을 엔트로피의 변화로 정의하였다. 1851년에 켈빈 경(Lord Kelvin, William Thomson,  영국의 물리학자, 공학자, 1824-1907)은 “외부의 개입 없이 어떤 시스템에서 추출한 열을 모두 일로 바꿀 수 없다”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표현 역시 열역학 제2 법칙의 다른 표현이다. 사실 카르노, 클라우지우스, 켈빈의 발견은 모두 같은 것으로 열역학 제2 법칙이라 한다. 이 열역학 제2 법칙을 엔트로피로 표현하면 “고립계에서 시스템의 엔트로피는 절대로 감소하지 않는다”와 같다.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르면 차가운 물체의 열이 저절로 더운 곳으로 흘러가서 차가운 물체가 더 차가워지고 더운 곳은 더 더워지는 현상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이러한 과정이 일어난다면, 열역학 제1법칙은 여전히 성립하지만, 열역학 제2 법칙을 위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체 시스템의 엔트로피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종류의 영구기관을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열효율이 100%인 열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열기관은 높은 온도와 낮은 온도 사이에서 동작한다. 자동차 엔진의 내부는 높은 온도이고 자동차의 밖은 낮은 온도이다. 열효율이 100%인 엔진은 높은 온도의 열원에서 추출한 열을 모두 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불가능한데 열역학 제2 법칙을 위배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엔진 옆에 서 있으면 엄청난 양의 열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엔진 내부에서 연료와 산소가 결합하면서 발생한 열을 일부는 기계적인 일로 바꾸고 일로 바꾸지 못한 “쓰레기 열(waste heat)”이 밖으로 방출된다. 열역학 제2 법칙은 우리가 일로 바꿀 수 없는 이 쓰레기 열이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열효율 100%인 열기관을 만들 수 없다. 엔진이 한 일을 “점심”이라고 하면 쓰레기 열은 “점심의 대가”로써 환경으로 버려져 환경의 엔트로피를 높인다. 환경으로 열을 버려서 환경의 엔트로피가 높아지면 환경은 더욱 쓰레기장이 된다. 환경의 상태는 좀 더 무질서한 상태로 바뀐다. 환경을 버리지 않고 점심(일)을 얻는 방법은 없다. 즉,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두 번째 영구기관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고립된 시스템으로부터 무한히 일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오병이어의 기적과 같은 것이다. 예수님은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에 축복 기도를 하고 5천 명을 먹이고 12 광주리가 남는 기적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보리떡 5개, 물고기 2마리는 유한한 자원인데 5천 명이 먹을 음식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다. 종교에서 일어난 이러한 사건을 현실의 우리는 구현할 수 없다. 오병이어를 현실에서 구원할 수 있다면 인간은 지구온난화나 식량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다. 자연은 항상 열역학 제2 법칙을 따라야 하는데 이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열역학 제2 법칙을 위배한다. 만약 열역학 제2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우주가 있다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고 열효율 100%인 엔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가상의 시뮬레이션이나 공상과학에서 가능한 일이다. 재야의 도인들이 발견한 영구 엔진을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다. 그들의 주장을 잘 분석해 보면 어딘가 빠뜨린 것이 있고 열역학 제2 법칙이 항상 옳은 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     


  시대를 앞서갔던 과학자 루드비히 볼츠만(Ludwig Boltzmann,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1844-1906)은 원자의 실재를 믿지 않던 19세기 말에 원자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체들이 나타내는 법칙들을 보면서 원자가 실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간접적인 증거로 세상의 이치를 먼저 깨달은 사람이 선각자가 된다. 대다수의 유명한 과학자들이 원자가 없다고 할 때 그는 광야에서 홀로 원자가 존재하며 그 원자들이 따라야 하는 물리법칙을 발견해 냈다. 그는 열역학 제2 법칙에 출현한 엔트로피를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입자들의 상태 수와 연결하였다. 그가 발견한 볼츠만 엔트로피(Boltzmann’s entropy)는 클라우지우스가 발견한 열역학 엔트로피와 완전히 동등한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시스템의 구성 인자들(원자나 분자)의 상호작용으로 시스템이 가지는 상태 수와 열의 변화를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고립계에서 시스템은 상태 수가 더 많은 상태로 자연스럽게 진화해 간다. 이것이 엔트로피 증가 법칙의 본질이다. 상태 수의 역수는 시스템이 그 상태에 있을 확률에 비례한다. 이제 시스템의 상태를 확률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다체계를 확률로 이해하는 학문을 통계역학이라 한다. 마침내 통계역학(statistical mechanics)은 열역학(thermodynamics)을 포괄하게 되었다. 고립계에서 시스템은 미시적인 상태에 있을 확률이 동등한 상태, 즉 평등을 지향하는 상태로 발전한다. 이것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거시계를 확률적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생각은 후에 양자역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부모가 잘 정리해 둔 어린아이의 방은 금방 어지러워지는데 잘 정리된 상태의 수보다 물건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상태의 수가 더 많아서 방은 쉽게 어지럽혀진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우리 사회에 규제, 규율, 도덕이 없다면 사회는 방임적 무질서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한 상태의 상태 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스템이 가진 상태 수를 줄여서 질서나 조직적인 구조가 나타나려면 희생이 따라야 한다. 즉, 엔트로피를 줄이는 방향 음의 엔트로피 변화를 이끌어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에너지를 쓰거나 일을 해야 한다. 그러한 희생 없이 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것 역시 열역학 제2 법칙의 결과이다. 부모가 어린이 방을 잘 정리하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 저절로 방이 정돈되지는 않는다.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인체의 조직적인 구조를 지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음식을 먹고 배출을 해야 한다. 즉 음의 엔트로피 상태로 조직화한 유기체의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의 불꽃이 꺼지고 나면 분자들이 흩어지는 상태가 자연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의 몸은 썩어 없어진다. 더 평등의 세상, 엔트로피가 증가한 세상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관점을 넓혀 보면 공짜 점심을 제공하기 위해서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의 이러한 희생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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