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며 멍 때리기 여수항
걷다 보면 알게 되는 산하 여수항
시원한 바다 바람이 부는 여수항 벤치에서 멍 때린다. 아직 열차 시간이 한 시간이 남았다. 여수엑스포역은 지척이니 마음이 바쁘지 않다. 여수엑스포역은 바다와 인접한 몇 안 되는 역이다. 잿빛 구름이 태양을 가려준다. 바다가에 앉아있으니 약간의 바닷 내음 이 살랑이다. 멀리 보이는 오동도는 초록의 누에처럼 보인다. 홀로 바닷가에서 멍 때리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도시의 갇힘에서 벗어 나기 쉽지 않은 데 잠시의 여유를 느껴본다.
항구에 갇힌 숭어는 연신 점프를 하며 첨벙 인다. 숭어들이 연속 두 번 뛰기, 둘이 동시에 뛰기, 줄지어 뛰기 등의 애크로뱃을 선보인다. 비람이 조금 세게 불어도 만에 갇힌 파도의 너울은 예쁘다. 연신 작은 파도가 출렁인다. 멀리 작은 고깃배들은 줄지어 경쟁하듯 방파제 입구를 빠져나간다, 하루의 수고로움이 전해온다. 한 십 분 정도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바라다본다. 온갖 잡염은 뇌의 잡음이다. 가만있어도 뇌의 회로를 끌 수없다. 깨어있는 뇌에는 스위치가 없다. 잠들어 무의식 상태에서도 뇌는 꺼지지 않는다. 다만 뇌가 정보를 흘려버릴 뿐이다. 의식을 못하는 것이다. 참선이나 명상을 하면 뇌의 잡음을 조금 줄일 수 있다.
가끔 멍 때리기는 뇌를 무아의 상태로 내몬다. 여수항은 여수반도와 남해 사이의 바다에 면해있다. 바다 넘어보는 섬이 남해다. 돌산과 남해 사이에 갇힌 바다는 한가롭다. 어부와 섬으로 가는 여행객에게 편안한 뱃길을 선사한다. 항구로 밀려오는 파도에 비친 햇빛 중에 정확히 내 눈으로 들어오는 반사빛이 가끔 눈부심을 선사한다. 멍 때리기에서 깨어나라는 신호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젊은 대학생 셋이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는다. 내가 젊었을 때 멀리 여행하는 것은 꿈꿀 수 없는 일이었다, 가난은 내 청춘을 가두었다. 시계를 보니 차 시간이다. 아쉬움을 남기고 벤치를 턴다. 안녕 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