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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May 18. 2022

질서와 무질서 사이

그곳에 복잡계가...

다체계는 구성요소들이 많이 모인 시스템이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필 앤더슨(Phil Anderson)은 “많아지면 달라진다(Many is different)”라고 하였다. 실제로 많아지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어려워진다. 과학자들은 복잡한 다체계에서 그나마 문제를 풀 수 있는 경우를 다수 발견하였다. 다체계이지만 문제를 좀더 단순하게 만드는 경우로 규칙적이거나 대칭성이 있는 다체계가 있다. 탄소 원자들로 만들어진 구조 중에서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 다이아몬드이다. 다이아몬드는 탄소로 만들어진 결정이다. 다이아몬드는 고온, 고압 상태에서 탄소 원자들이 결정화된 것이다. 탄소로 만들어졌지만 흑연(graphite)은 아름다운 결정구조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연필 만드는 심으로 사용되며 값이 싸다. 2004년에 가임(A. Geinm)과 노보셀로프(K. Novoselov)는 탄소원자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한 층의 탄소층을 분리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들은 검뎅에 스카치 데이프를 붙였다 떼어냈다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떼어낸 층이 탄소 한 층으로 되어 있는지 전자현미경으로 사진을 찍는 일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탄소 한 층으로 만들어진 그래핀(Graphene)을 발견하였다. 그래핀은 그림 1과 같이 탄소가 벌집모양의 육각형 구조를 형성하고 2차원 평면에 탄소 한 층으로 깔려있는 구조이다. 이 구조는 이론적으로 예측이 되었지만 실제로 만들어내기 어려웠다. 이 구조를 발견한 두 과학자는 2010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이렇듯 규칙성과 대칭성을 가진 구조를 처음 발견한 과학자에게 노벨상이 수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1] 규칙성과 대칭성을 가진 그래핀 구조. 이동대칭성과 회전대칭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체계가 규칙성과 대칭성을 가지면 그 구조가 만족하는 과학법칙 역시 규칙성과 대칭성을 반영해야 한다. 그림 1에서 그래핀이 아주 넓다면 A에서 사방을 바라본 구조나 B에서 사방을 바라본 구조나 구분이 되지 않을 것이다. A가 B로 이동했을 때 전체 구조는 똑같아 보인다. 즉, 그래핀은 이동대칭성(translational symmetry)을 가지고 있다. 한편 A에서 그래핀을 바로본 사람의 눈을 감게 한다. A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 한 사람이 그래핀을 반시계 방향으로 120도 돌려놓았다. 눈을 뜬 A는 그래핀을 돌린 것을 알 수 있을까? 그래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돌리기 전과 후의 그래핀 구조는 똑같다. 즉, 그래핀은 120도 회전에 대해서 회전 대칭성(rotational symmetry)를 가지고 있다. 그래핀의 격자 구조가 대칭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돌리기 전에 시스템을 묘사한 물리법칙과 돌린 다음 묘사한 물리법칙은 똑같아야 한다. 이러한 대칭성을 만족하기 위해서 물리법칙에 어떤 구속조건이 들어오게 되면 이는 물리법칙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이렇듯 대칭성이나 규칙성을 가지고 있으면 물리법칙을 좀 이해하기 쉬운 형태가 되어 다체계를 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과학자들이 대칭적인 구조를 찾으려는 이유이다.


    대칭성과 규칙성을 가진 구조는 질서있는 구조이다. 질서있는 구조와는 달리 완전히 무질서한 구조 역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방안에는 엄청난 숫자의 공기 분자들이 무질서하게 움직이고 있다. 공기분자가 너무 작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렇게 기체가 무질서하게 운동하면 기체의 온도는 기체의 압력과 부피의 곱에 비례한다. 이를 보일-샤를의 법칙이라 한다. 여러분이 중학교 과학책에서 배운 내용이다. 보일-샤를의 법칙은 기체 분자들이 무질서하게 움직일 때 성립한다. 기체 분자와 같이 무질서하게 운동하는 시스템은 상태는 통계적으로 묘사할 수 있으며 시스템의 상태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질서 있는 시스템과 무질서한 시스템의 물리적, 화학적 상태는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서정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질서하지도 않은 시스템은 어떠할까? 그런 대표적인 시스템이 생명현상, 생태계, 사회계 등이다. 사회를 생각해 보자.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무질서해 보이지만 사회에 다양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정부 시스템, 교육 시스템, 기업과 시장 등 많은 구조적이고 규칙성이 있는 구조들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바로 복잡계 시스템이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 있다.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는 접속사 “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계와 자기조직화 시스템이 있으며 복잡계는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어떤 질서를 만들어내고 조직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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