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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May 22. 2022

스케일 프리

축척 없음의 의미는.....


복잡계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스케일 프리(scale-free)를 뜻하는 멱함수 법칙(power law)이다. 자연현상, 사회현상, 경제현상 등에서 멱함수 법칙이 수없이 목격된다. 복잡계의 멱함수 법칙은 시스템의 확률분포 함수 또는 그 시스템을 특징 짖는 어떤 양이 멱함수를 따른다는 것이다. 멱함수의 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직선 함수는 대표적인 선형 멱함수이다. 직선은 종속변수가 독립변수에 비례한다. 종속변수가 독립변수에 반비례하는 함수도 역시 멱함수이다. 멱함수는 종속변수 y가 독립변수 x의 지수 승으로 표현된다. 그 지수를 n이라 하고 지수 승을 ^인 기호로 나타내면 y=x^n이 멱함수이다. 지수가 n=1이면 y=x인 직선이고 지수가 n=-1 이면 y=1/x인 반비례하는 함수이다. 지수가 n=2이면 종속변수가 독립변수에 대해서 이차함수이다. 지수가 n=-2이면 x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함수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만유인력은 두 천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즉, 지수가 n=-2이다. 스프링의 복원력은 늘어난 길이에 비례함으로 n=1인 멱함수를 따른다. 이렇듯 멱함수 법칙은 다양한 자연현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복잡계에서 멱함수 법칙을 나타내는 예는 후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예를 들어, 직선 함수 y=2x는 독립변수 x가 2배 증가하면 종속변수 y 역시 2배 증가하고, 독립변수가 4배 증가하면 종속변수 역시 4배 증가한다. 반비례 함수 y=1/x는 독립변수가 2배 증가하면 독립변수는 1/2배 줄어들고, 4배 증가하면 1/4배 감소한다. 이차함수 y=x*x인 경우에 독립변수가 2배 증가하면 종속변수는 4배 증가하고, 독립변수가 4배 증가하면 종속변수가 16배 증가한다. 여기서 기호 *는 곱하기를 뜻한다. 그림 1과 같이 종속변수가 독립변수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경우, 독립변수가 2배 증가하면 종속변수는 4배 감소하고, 독립변수가 4배 증가하면 종속변수는 16배 감소한다.  그림 1의 삽입 그럼처럼 멱함수의 두 축에 로그를 취해서 그리면 직선이 되고 직선의 기울기가 멱함수의 지수이다. 




[그림 1] 독립변수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멱함수를 그린 그림. 멱함수의 가로축과 세로축에 로그를 취해서 그리면 직선 함수이다. 멱함수의 종속변수를 2배로 스케일 업하면 종속변수는 4배 스케일 다운한다. 


  

   멱함수는 지수함수보다 느리게 감소한다. 따라서 멱함수는 독립변수  x가 큰 값을 가져도 종속변수  f가 유의미한 값을 가지게 된다. 만약 종속변수  f가 어떤 시스템의 확률분포 함수라면 독립변수 x가 큰 영역에서 확률이 작지만 존재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사건들이 발생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림 1에서 x=1에서 종속변수 값은 f(x=1)=1이다. 독립변수가 10배 커져서 x=10이 되면 종속변수 값은 f(x=100)=1/100=0.01이 된다. 반면 지수함수 f(x)=exp(-x)의 줄어드는 비율을 생각해 보자. 독립변수가 x=0이면 종속변수는 f(1)=exp(-0)=1이 된다. 독립변수가 x=10이면 종속변수는 f(10)=exp(-10)f(0)=0.000045f(0)이 된다. 지수함수는 그림 1의 함수보다 훨씬 빨리 감소한다. 이렇듯 멱함수 법칙은 큰 값의 발생 확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독립변수가 큰 이벤트들이 상대적으로 자주 일어난다. 독립변수가 아주 큰 사건들을 극단적 사건(eXtreme event, X-event)이라 하는데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시스템은 극단적 사건이 무시할 수 없는 확률로 일어남을 뜻한다. 


    멱함수 법칙의 또 다른 특징은 특성 척도(characteristic scale)가 없다는 것이다. 특성 척도가 있으면 그 척도를 기준으로 종속변수의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수함수 f(x)=exp(-x/b)에서 상수 b는 특성 척도이다. 독립변수가 x=b 이면 종속변수의 값이 정확히 f(b)=exp(-1)=0.37이 된다. 즉, x=b의 값은 x=0일 때 종속변수 값 f(0)=1의 37%에 해당한다. 지수함수의 특성 척도 b를 기준으로 측정자를 만들 수 있다. 자의 눈금을 b, 2b, 3b,.... 와 같이 매긴다면 시스템의 특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척도가 있다는 말은 지수함수와 같은 특성 척도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현실 세계에서 통계 데이터를 얻으면 보통 표준편차가 특성 척도가 된다. 그런데 멱함수는 좀 고약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멱함수는 특성 척도가 없는 함수, 즉 스케일 프리(scale-free) 함수이다. 멱함수의 지수 n이 –3보다 작아지면 표준편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함수는 표준편차를 이용하여 자를 만들 수 없다. 


   그림 1의 멱함수 법칙에서 독립변수가 x=1이면 종속변수의 값은 f(1)=1이다. 독립변수를 2배로 스케일 업하여 x=2 이면 종속변수의 값은 f(2)=f(1)/4로 스케일 다운한다. 독립변수 x=2에서 얻은 종속변수의 값에 4배 해주면 스케일 하기 전의 값과 같다. 즉, 4f(2)=f(1)가 된다. 스케일 변화에 대해서 스케일 불변(scale-invariance)의 성질이 있다. 한 독립변수에서 사건의 특징은 다른 사건들과 적절한 스케일에 의해서 연결시킬 수 있다. 즉, 두 사건이 동일한 원리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진 발생을 생각해 보면 진도 7인 지진이나 진도 3인 지진의 발생 원리는 서로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생성할 수 없는 진도 7의 지진을 연구하기보다는 인공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진도 3의 지진을 연구함으로써 모든 스케일에 적용할 수 있는 지진의 일반적 원리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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