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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Apr 23. 2023

걷알스-갑사의 봄으로 가는 길

걷알스-걷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스토리텔링

계룡산은 아름다운 산이다. 대전을 방문할 때마다, 가끔씩 동학사나 갑사를 들리곤 한다. 계룡산의 3대 사찰은 동학사, 갑사, 신원사인데, 아직 신원사를 가보지 못했다. 오늘은 동학사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즉흥적으로 갑사로 방향을 바꾸었다. 동학사는 이미 여러 번 방문한 곳이라서 갑사로 방향을 바꾸었는데, 춘동학 추갑사도 좋지만 오늘은 싱그러운 갑사를 다시 보고 싶었다. 몇 년 전 봄에 갑사에 왔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춘갑사를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큰길에서 갑사로 들어가는 소로로 들어서자 계룡산의 울창한 숲이 눈에 띄었다. 사월의 숲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두색을 띠고 있다. 막 돋아난 새싹들의 색깔은 부드럽고 따뜻한 빛으로 정감을 준다. 연두색이 점차 어둡게 물들어가자 이내 갑사다.


[그림 1] 갑사 초입에 만개한 황매화와 절간과 어우러져 피어 있는 황매화 군락



때를 잘 맞추었는지, 갑사는 황매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벌써 황매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4월 22일부터 황매화 축제를 연단다. 겹꽃의 황매화가 늘어진 줄기를 따라 초록색 잎사귀와 어울려 있다. 많은 황매화가 군락을 이루어 어울려 있으니 더 장관이고, 은은한 꽃향기가 봄이라고 아우성이다. 꽃을 넘나들며 꿀을 따고 있는 꿀벌, 뒤엉벌, 나비들이 분주하다. 요즘 꿀벌 보기가 쉽지 않은데 너무 반가워 꿀벌이 이 꽃 저 꽃을 옮겨다는 것을 멍하니 바라다본다.


겹처마 맞배지붕의 일주문에 간결한 필체의 '계룡산갑사'란 현판이 걸려있다. 갑사는 백제 시대인 서기 420년에 창건되었다니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되던 초기의 절이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각 지방별로 다른 절을 구경할 때면 아기자기한 차이를 찾아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일주문부터 갑사까지 들어가는 길은 가히 '춘갑사'라고 불러야 할 아름다운 길이다. 길 양옆에 나이를 알 수 없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일렬로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나무는 힘겹게 초록의 새싹을 막 피워냈다. 아마 이 나무들은 나이가 몇 백 년은 되었을 것이고 그 사이 우리나라의 굴곡진 역사를 다 보았을 것이다.  이 나무들은 앞마을 개똥이네는 아들딸이 몇 명이고, 나라에 생긴 변고는 몇 번인지 다 알 것이다. 짧은 인생을 살다가는 인간의 군상이 덧없다.


느티나무 옆에는 상수리나무가 서 있고, 기둥과 가지에 옹이가 져 있고 어떤 곳은 구멍이 나있지만 여전히 초록의 잎을 활짝 피웠다. 상수리나무 옆에는 잎이 넓은 떡갈나무인지 신갈나무인지 도토리나무의 거목이 서 있다. 도토리를 찾기 어려운 시절이지만 줄무늬가 있는 토종 다람쥐가 나무줄기를 따라 뛰어간다.


[그림 2] 거목의 옹이 진 곳에 쌓인 흙에 다른 식물이 돋아나 있다.


조금 가다 보니 거목의 옹이 진 곳에 쌓인 흙에서 식물이 돋아나 벌써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 고목은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보시를 하고 있으니 벌써 깨달음을 얻은 것일까? 절의 스님처럼 나무도 수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갑사에는 국보와 보물이 많다. 대웅전, 갑사 동종, 철당간과 지주, 부도, 승탑 등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갑사 본사를 다 보았다면, 내려올 때는 꼭 대적전을 거쳐서 내려오는 것이 좋다. 물론 갑사 올라가는 길을 다시 보려면, 대적전, 대적전 앞 승탑, 그리고 조금 아래 철당간과 지주를 보고서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 대전적 앞 승탑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단아한 크기의 탑이지만, 승탑을 바치고 있는 조각과 8면에 새겨진 부처님의 조각이 너무나 아름답다. 여러 절의 탑들을 보았지만, 아직 이 조각만큼 아름다운 탑은 본 적이 없다. 승탑을 한참 보다가 자연관찰로를 따라서 조금 내려오면 철당간과 지주를 볼 수 있다. 보통 당간지주라고 부르는데, 지주는 당간을 지탱하는 두 개의 돌기둥을 말하고, 당간은 돌이나 쇠로 세워진다. 이곳의 당간은 철당간이며 높이도 엄청 높다. 예전에는 철당간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일제 강점기에 철을 모두 징발하여 철당간을 볼 수 없었지만, 요즘은 복원한 당간이 많이 있다. 당간은 사찰에 행사가 있을 때 깃발을 걸어두던 긴 장대를 말한다. 이 당간은 통일 신라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원래 28개의 철통으로 이루어진 기둥이었지만, 고종 때 벼락을 맞아 4개가 떨어져 나가고 24개 남아있다. 온전한 모습의 당간지주를 보니 너무 반갑다.


[그림 3] 갑사 대적전 앞 승탑과 그 아래에 있는 철당간과 지주



4월의 갑사는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산사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시간이 있다면 계룡산을 조용히 걸어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산들바람, 새들의 지저귐, 아무도 없는 곳에서의 조용함을 느끼며 따뜻한 봄볕을 맞으며 몇 시간이고 산속 넓은 바위에 앉아 있고 싶다.



2023년 4월 갑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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