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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May 26. 2022

스케일에 자유로운 생명

생명 복잡계의 스케일 프리

생명체와 생태계에서 스케일 프리 현상은 자주 목격된다. 그 한 예로 생명체의 대사율에 대한 상대 성장 축척(allometric scaling) 현상을 살펴보자. 일상생활에서 대사율(metabolic rate)이란 말을 자주 들어본다. 특히 기초대사율(Basal Metabolic Rate, BMR)은 생명체가 일하지 않고 편안히 쉬고 있을 때 소모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생명체가 일하지 않아도 살아있기 위해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내 심장은 쿵쾅거리고 내 뇌는 무언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많은 에너지는 내 피부에서 소실되고 있다. 사람은 저마다 체중, 키, 식습관 등이 달라서 기초대사율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성인 남성의 평균적 기초대사율은 약 92kcal/hr 또는 107W 정도이다. 그런데 기초대사율은 동물마다 다르다 [Cameron and Skofronick 1978].      


  생명체는 피부에서 많은 에너지를 잃기 때문에 기초대사율은 동물의 피부 면적에 비례한다고 가정해 보자. 동물은 자신의 독특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길이가 L인 정육면체라고 해 보자. 현실 세계를 이렇게 단순화하는 짓을 과학자들은 잘한다. 단순화하면 계산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단순화하여 문제의 실마리를 찾으면 후에 현실에 가깝게 수정하면 된다. 현실에 맞추는 일은 공학자들이 잘한다. 이제 이 모형을 큐브 모형(Cube model)이라 하자. 정육면체인 큐브의 부피 V는 길이의 세제곱, 즉 V=L^3과 같다. 여기서 L^3은 L의 3승을 뜻한다. 표면적 A는 길이의 제곱, 즉 A=6L^2이다. 육면체의 정사각형이 6개 있으므로 6이 곱해져 있다. 동물의 질량 M은 밀도에 부피를 곱한 값이므로 질량은 부피에 비례한다. 즉, M~L^3이다. 동물의 기초대사율이 피부 면적에 비례한다면 BMR~A이므로, BMR~L^2이다. 따라서 기초대사율은 BMR~M^2/3이다. 동물의 질량이 8배 증가할 때 기초대사율은 4배 증가한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림 1] 포유류의 기초대사율 대 질량 그림. 기초대사율은 하루에 소모하는 에너지를 kcal로 계산하고 질량은 kg 단위를 사용한다. 두 축에 로그를 취해서 그린 그림에서 기울기는 3/4이다.


   좀 더 생각을 확대해 보면 에너지 손실은 피부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몸의 장기들이 살아 있기 위해서 쉬고 있어도 꾸준히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다. 따라서 앞에서 계산한 기초대사율 대 질량의 관계는 석연치 않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이 실제 생물을 대상으로 기초대사율과 질량의 관계를 조사해 보았다. 그림 1은 포유류의 기초대사율을 질량에 대해서 그린 그림이다. 가로축과 세로축에 로그를 취해서 그림을 그렸다. 만약 기초대사율이 질량에 대해서 스케일 프리 구조이면 BMR~M^b이고 로그를 취하면 Log(BMR)~b*Log(M)이 된다. 기초대사율이 피부 면적에 비례한다고 가정한 앞의 계산에서 b=2/3이다. 그런데 그림 1의 기울기는 2/3가 아니라 b=3/4인 멱함수 법칙을 나타낸다. 기초대사율과 질량에 대한 이 관계를 상대 성장 축적(allometric scaling)이라 한다. 더 많은 포유류를 조사해 보면 데이터들이 직선 위에 완벽하게 겹치지는 않고 직선을 중심으로 약간씩 퍼져있다. 그렇더라도 데이터를 함수 맞춤하면 기울기가 3/4인 직선에 잘 맞는다. 동물의 기초대사율은 질량에 대해서 스케일 프리 구조를 하고 있다.      


  기초대사율과 질량의 관계를 큐브 모형으로 해석하면 기초대사율은 질량에 멱함수 법칙의 관계를 갖는다. 하지만 그때 예측한 멱함수의 지수는 b=2/3로 포유류에 대해서 구한 지수와 일치하지 않는다. 포유류가 아닌 동물에 대해서 비슷한 조사를 해 보면 기초대사율은 질량에 대해서 멱함수 법칙을 따르지만, 지수 b 값이 3/4에서 조금씩 벗어나서 다른 값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도 멱함수 법칙을 유지하는 것이 신기하다. 상대 성장(allometry)은 생물체가 태어나서 성장할 때 크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분야를 말한다. 사람의 경우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신체의 각 기관도 성장한다. 사람의 심장의 크기를 성장하는 동안의 질량의 관계로 조사해 보면 심장의 질량은 몸무게에 대해서 멱함수 법칙을 따라 커진다. 다른 많은 장기도 비슷한 상대 성장 축척을 보인다. 심장은 사람이 성장하면 커지는데 심장의 질량 대 몸무게의 상대 성장 법칙에서 b=0.98 정도이다. 반면 사람의 뇌는 6살까지 성장한 후 거의 크기의 변화 없다. 뇌가 성장하는 동안 뇌의 질량과 몸무게는 상대 성장 법칙을 따르며 b=0.73이다. 곤충인 나비의 경우 나비의 날개 길이 역시 성장하면서 길어지는데 나비의 날개 길이 대 나비의 질량은 상대 성장 법칙을 따른다 [Shingleton 2010].      


   상대 성장 법칙은 1930년대에 클라이버(Kleiber)가 새와 포유류에 대해서 처음 보고하였다 [Shingleton 2010]. 그 후에 상대 성장 법칙은 작은 미생물뿐만 아니라 거대한 식물에 대해서도 성립함을 발견하였다. 생물의 성장에 따른 변화를 의미하던 상대 성장 축척은 이제 생물학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멱함수 법칙을 일컫는 용어로 변하고 있다. 생명체들은 왜 상대 성장 법칙을 따를까? 생명체는 열린 시스템(open system,  환경과 열과 물질을 주고 받는 시스템을 말함)이기 때문에 우리가 섭취한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인체의 각 부분에 운반해 주어야 한다. 인체에서 영양분과 산소는 혈관을 통해서 전달된다. 허파에서 산소를 공급받은 신선한 피는 심장에서 강하게 뿜어져 대동맥으로 전달되고 대동맥은 여러 번 분기하면서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 인체의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산소를 말단의 조직에 가장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영양분을 조직의 말단까지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혈관의 구조는 프랙털 구조로 분기하는 것이다. 웨스트 등은 나뭇가지 모양의 계층적 분기 구조를 갖는 혈관 프랙털 운송 네트워크를 제안하였다 [West et al 2002] 프랙털 구조의 생성 방법과 특징은 후에 다시 논의할 것이다. 심장에 가까운 혈관은 굵고 길이가 길다. 심장은 조직의 말단으로 가면서 분기를 한다. 분기한 혈관은 굵기가 줄어들고 길이가 짧아진다. 굵기가 줄어드는 비율과 길이가 짧아지는 비율은 프랙털 구조를 형성하면서 공간적으로 뻗어나간다. 인체는 구조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서 분기한다 [West et al 1997, 1999]. 이렇게 분기한 혈관의 구조는 마치 나무뿌리나 나뭇가지의 구조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다. 생명체는 유한한 공간에서 물질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최적 구조를 찾으면서 진화했는데 그 결과가 나무뿌리와 같은 구조이다. 그 결과가 상대 성장 축척으로 나타난 것이다.     



참고문헌

J. R. Cameron, J. G. Skofronick, “Medical Physics”, John Wiley & Sons, New York, 1978.

A. Shingleton, “Allometry: The study of biological scaling”, Nat. Edu. Know. 3(10), 2 (2010).

G. B. West, W. H. Woodruff, J. H. Brown, “Allometric scaling of metabolic rate from molecules and mitochondria to cells and mammals”, PNAS 99, 2473-2478 (2002).

G. B. West, J. H. Brown, B. J. Enquist, “A general model for the origin of allometric scaling laws in biology”, Science 276, 122–126 (1997).

B. West, J. H. Brown, B. J. Enquist, “The fourth dimension of life: Fractal geometry and allometric scaling of organisms”, Science 284, 1677–1679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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