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비 임비의 소소한 대화
임비 와, 이런 상스런 말을 막 가져오고. 너 이제 막가자는 거구나.
곰비 사실 이 말은 백석 선생의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이야기하면서 떠오른 말이야. 말하자면 앞 이야기 2탄 정도 되려나.
임비 언어와 사고에 대한 거라는 얘기네.
곰비 뭐, 비슷해. 명절이면 단골로 나오는 뉴스가 생각나서.
임비 명절이면 가족간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많지. 온갖 말을 씨부려서 싸움이 벌어지는 얘긴가?
곰비 에헤, 그건 그야말로 사건 사고고.
기자들이 내보내는 마로니에 기사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임비 기자들이 명절 때 단골로 내보내는 기사? 교통문제도 있고 많지.
곰비 김영란 법 이야기야. 이 법 때문에 농수산물 거래에 타격이 있다고 단골로 떠들잖아. 그 동안 선물로 오가던 사과상자 굴비 상자가 김영란 법 때문에 오갈 수 없고, 그래서 농수산업자들의 타격이 크다는 뉴스를 매번 내보낸다니까. 심지어 한 발 더 나아가 관가 주변 음식점이 어려워졌다고 푸념하는 뉴스도 버젓이 나오고.
하, 참. 이러니 우리나라 경제가 마치 뇌물로 돌아가는 것같잖아.
임비 그래. 빈정 상하긴 해도 맞잖아. 그리고 기자도 명절 쇠러 가야지. 그러니 새로운 뉴스 사이에 이런 기사라도 써놔야 지면을 채울 수 있을 거 아냐.
곰비 하, 참. 너그럽기도 하네.
그런데 기자들이 정말 생각 없이, 게을러서, 명절이라 자잘한 사건 사고 외에 쓸만한 게 없어서 해마다 같은 투의 기사를 낼까 생각했단 말이지.
진짜 마로니에 기사인가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생각해 봤다고.
임비 하, 뭔가 음모론이 나올 것같은 이 음산한 분위기는 뭐지?
곰비 음모론?
임비, 곰비 (동시에) 야, 씨부리면 다 말인 줄 알아.
임비 음로론 말고, 뭔데. 말해 봐.
곰비 음모론 맞아. 근데 합리적 의심이야. 매번 비슷한 기사를 많은 신문들이 내보내거든. 왜 그러냐고.
임비. 원래 마로니에 기사란 게 그래. 프랑스 상젤리제 거리 가로수에 마로니에 꽃이 필 때면 매년 똑같은 기사를 관습적으로 반복해서 내보내는 거잖아.
그러니 명절 때 되면 뻔하게 쓰는 기사라고.
곰비 정말 그럴까?
난 김영란 법으로 불편한 누군가를 위한 담론 장악이라고 생각해. 대중은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데, 그들은 그것을 문제의식인 것처럼 자꾸 조장한다니까.
임비 진짜 음모론 맞네.
곰비 들어 봐. 계속 같은 뉴스를 내보내면서, 아, 김영란 법이 이런 부작용이 있구나, 심지어 농어민이나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는구나, 라고 생각하도록 감정을 유도하고, 담론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문제의식을 계속 만들어 낸단 말이지.
근데 워낙 김영란 법의 유효성을 대중들이 좋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한 번 만으로는 안 된단 거지. 김영란 법이란 거 자체가 공직자의 청렴성과 뇌물이나 청탁을 막자는 거니까.
생각해 봐. 이 법을 받아들인 트리거가 된 게 스폰서 검사라니까. 일부 검사가 기업인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술, 골프, 심지어 성접대까지 받았던 거잖아.
그러니 우리같은 월급쟁이들이 회사를 상대로 아무리 부당하다고 외치고, 소송을 걸어도 제대로 된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못한 거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두 손 들고 환영할만 했잖아.
얼마나 험난한 과정을 거쳐 통과된 법인데, 이 법을 쉽게 바꿀 수 있겠냐고. 그러니 조금만 고치려 해도 계속 저항이 생겨.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임비 지속적으로 마로니에 기사로 내보내서 담론을 유도한다, 이게 네가 말하고 싶은 거네.
곰비 그래. 그리고 실질적으로 효과도 있었어.
임비 뭐라고? 김영란 법이 폐지된 것도 아닌데 무슨 효과?
곰비 당연히 선물이나 음식 접대 금액이 올랐지. 특히 농수산물 선물은 두 번에 걸쳐서 상향되었다니까. 명분은 사회 경제적 환경변화를 반영하겠다는 거지만, 원래 목적대로 뇌물금지라면 아예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아야 되는 거지. 그러니 일정한 과도기가 지나면 오히려 금액이 내려가거나 아예 제로가 되야 정상이 아닌가?
그래서 내 생각은 그들이 만들어낸 담론, 애꿎은 농수산업자가 피해를 본다, 영세 상인이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 때문에 이 사회에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진 것 같아.
우리 모두 갑들의 뇌물을 차단한다는 것에 그렇게 환호했는데 말이야.
그래서 명절 때만 되면 올라오는 그 뻔한 기사에 화가 나.
임비 야,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마. 원래 오고 가는 정이 있어야 사회가 부드럽게 돌아간다고. ‘뇌물은 윤활유다’ 이런 말이 괜히 있겠어.
곰비 헉, 그래? 그럼 다음 주제는 뇌물로 해볼까?
그런데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은 뇌물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담론이 조성되는 일에 대해서란 건 알지. 끊임없이 누군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면 콩이 팥이 되는 마법도 일어난다고.
특히 담론간 충돌이 큰 거라면, 아주 지속적이고 은밀하게, 혹은 논점을 모호하게 해서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바꿔버린다니까.
김영란법 뿐이겠어. 별 다른 이슈도 아닌데 지속적으로 논란거리가 되는 게 있다면, 그 이유를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고.
우리 개개인은 매우 자유로운 존재고, 독립적인 존재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거든.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 의해서 내 생각이 만들어지고 있다니까.
임비 흠, 그래도 네 말은 어쩐지 음모론의 냄새가 난단 말이지. 근데 김영란 법 대상자에 기자가 해당되나?
곰비 그래, 음모일수도 있지. 특히 기자들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내 눈엔 그렇다고. 기자 자신들이 살기 위해 이런 기사를 내보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오히려 언론사 대표들의 입김일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의 압력일 수도 있겠지.
다만 김영란 법만이 문제가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은 크게 문제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데, 누군가 지속적으로 이슈화 하는 게 있다면 그걸 들여다봐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문제를 삼는 사람들의 이력을 봐. 그들이 대기업이나 자신들의 집단 이익을 위해 마치 사회 전체적인 문제인양 포장하면서 끊임없이 씨부려대고, 담론을 형성하려는지. 그게 내가 말하고 싶은 거라고.
임비 아, 찾았다. 김영란 법 대상자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공무원과 교사 그리고 언론사 등이 해당되는구나.
곰비. 에헤, 참. 꼭 김영란 법만이 아니라니까.
임비. 알아. 개구리 삶는 이야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