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 고달픔

곰비임비의 소소한 대화

by 포쇄별감


임비 난 가끔 함무라비 법전의 이 논리가 부활했으면 싶을 때가 있어.

곰비 너도? 나도. 하지만 이제 이런 방식의 징벌은 사적인 보복이외에는 없으니까. 그나마도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기도 하고. 그래도 아주 가끔은 ‘너도 당해 봐’하고 싶긴 하지. 그런데 얼마 전에 그 생각을 바꿨어.

임비 칫, 이젠 성숙해졌다고 돌려서 자랑하는 거야?

곰비 아니, 내가 당해봤거든.

임비 오, 무슨 짓을 저질렀어. 아주 흥미로운데.

곰비 그래, 그렇게 눈이 반짝반짝 하는 거 오랜만에 본다. 아주 신이 났네.

임비 당연히 신나지. 어떤 짓을 했기에 눈탱이도 터지고, 이빨도 뽑혔냐고.

곰비 내가 퇴근하고, 아니면 주말에 가끔 도서관에 간다는 거 알지. 우리 동네 도서관이 신축이라 아주 멋지거든. 자리 배치도 기발한 게 많고.

임비 그래. 엄청 자랑해서 내가 배가 좀 아팠지. 그래도 퇴근하고 도서관 가는 거는 별로였어. 아무리 가끔이라고 해도, 도대체 그런 정신머리는 얼마나 재미없냐고.

곰비 난 도서관에서도 계단식으로 된 자리를 좋아해. 보통은 책상 하나를 네 명이나 여섯 명이 공유하면서 서로 마주보게 되잖아. 하지만 계단 자리는 비록 작아도 책상을 한 사람에 하나씩 쓰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앉는 방향이 모두 한쪽 방향인데, 바로 도서관 밖을 보는 구조야. 거기 앉으면 계절도, 지나는 사람들 모습도 다 보이거든. 멍 때리기도 좋아. 거기서 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간을 지고 다니는 게 보여서 신기하기도 하고.

임비 또, 또 자랑. 그래서 그 좋은 자리에서 어떤 보복을 당했는데.

곰비 솔직히 내가 도서관에서 가끔 민폐를 끼쳐.

임비 그래? 아주 놀라운데. 도대체 어떤 민폐?

곰비 너도 아는 내 버릇. 내가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좀 크잖아. 그래서 방심하면 내 원래 버릇이 나오거든. 엊그제도 그랬어. 그래서 앞자리 사람한테 항의를 받았지. 난 곧바로 사과하고, 정말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하거나 아니면 스크롤을 올리면서 자료검색만 했거든.

임비 그럼 됐지. 뭐가 문제야.

곰비 근데 사과로 끝이 아니었어. 갑자기 그 사람이 벌떡 일어나더니 내 뒷자리로 오는 거야. 그러더니 한 3,40분은 바로 내 뒤에서 다리를 덜덜 떨면서 마룻바닥을 두드리더라고. 내가 너한테 이만큼의 고통을 당했어, 이런 태도였어. 하하하.

임비 와, 완전 찌질이네. 한 마디 해주지 그랬어.

곰비 처음엔 스트레스 받았지만, 금방 괜찮아졌어.

임비 오, 굳이 그렇게 정신 승리로 위안 받고 싶냐. 그냥, 대차게 한 마디 하면 속 시원히 끝날 것을.

곰비 진짜야. 믿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안쓰러웠다니까. 내가 당한 만큼 너도 당해봐라 하고 다리를 떠는 게 얼마나 피곤할까 싶었거든. 그 사람은 다리를 떨면서 정말 복수의 즐거움을 가졌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말이 제대로 된 징벌인가, 정당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과거에는 인과응보라는 정당성이 부여됐겠지. 함부라비 법전 시대에는 공적인 절차를 통한 거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직접적 징벌 방식은 사적인 보복 수단이 돼버렸잖아. 또 진짜 범죄에 대한 처벌 방법으로 사용한 거라면, 그건 또 다른 범죄이기도 하고. 그래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처벌 방법이 참 찌질하고 고달픈 방법이구나 싶더라고.

임비 네 말 듣고 보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복수방법이 참 정성스럽고 고달프긴 하겠다. 하지만 모든 보복은 고달퍼. 그래도 그것을 감당할 만큼 미친 듯이 보복하고 싶은 거라고. 특히 요즘 벌어지는 일들을 봐. 너야 바로 사과했으니 망정이지만, 요즘 여러 매체에 공개되는 CCTV를 보면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인 사람도 많아. 그런 사람한테는 아무리 고달프고 찌질해도 받은만큼 되갚아주고 싶잖아.

어쨌든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준은 아니지만, 난 당했고, 기분 나쁘고, 피곤한 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데, 당하기만 하는 건 더 찜찜한 일들이 있잖아. 그러니 아무리 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더라도 써볼만 하다고 봐. 자기도 똑같이 당해보지 않으면 그 가해자는 아무런 반성도 없이 또 할 거니까. 요즘 자기 인권만 내세우는 인권충들이 좀 많아야 말이지. 그런 또라이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야.

곰비 에헤, 이 말은 잘 생각해야 한다니까. 복수라고.

임비 알아, 복수. 내가 선빵 날린 게 아니라, 내가 당한 만큼 돌려주는 거라고. 당연히 해야지. 가만히 있는 가마니가 아니고, 돌부처도 아니니까. 다만 우아하게, 돌려서, 뒤통수로. OK?

곰비 복수라는 말 속에 이미 감정적으로 억울 한 게 있잖아. 그런데 복수하겠다고 정성스럽게 똑같은 짓을 한다고 생각해 봐. 이미 받은 스트레스에 더 해서 두 배, 세 배의 고달픔이 있다니까. 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더 낫다고. 네가 말한 복수는 아무리 우아하게든 돌리든 그 정성에 난 벌써 숨이 찬다, 야. 그 도서관 복수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순간 편안해졌다는 내 말을 믿어 봐.

임비 똑같이 되갚아준 내 복수의 통쾌함도 믿어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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