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책임과 탐욕 사이

곰비임비의 소소한 대화

by 포쇄별감


임비

난 이 말 좋아. 의지가 굳고 멋지잖아. 책임 있는 사람의 말이니까.

곰비

나도 좋았어. 근데 오늘 여기 오다가 거리에 붙은 현수막 보고 생각이 달라졌거든.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이 구걸이나 탐욕과 같은 말이란 걸 알았으니까.

임비

듣다듣다 책임지겠다는 말이 구걸이나 탐욕과 같은 말이란 건 처음 듣는다. 도대체 넌, 쩝.

곰비

보통 사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일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쓰잖아.

임비

그렇지. 회사가 부도났으면, 대표가 책임지고 그 사태를 해결해서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겠다든지, 뭐 이런 거처럼.

곰비

맞아. 근데 그 전에 할 게 있어. 사죄와 사과.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책임질 능력.

임비

당연하지.

곰비

근데 내가 오늘 거리에 걸린 현수막에는 구걸과 뻔뻔함이 숨어있더라고.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것에는 사과와 사죄도 없었거든. 그러더니 책임질게요, 그러니 나에게 표를 주세요, 이런 암묵적인 구걸이 있더라고. 게다가 무능하다는 건 이 사회가 다 아는데도.

임비

아, 이런. 뒤통수가 띵하네. 책임지는 방법 중 깔끔하게 승복하고 물러나는 것도 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거야? 와, 무능하고 탐욕스런 자가 책임지겠다고 덤비면…. 그리고 단호하게 책임진다, 도 아니고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는 뭐야.


곰비

좀비가 달려오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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