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비 임비의 소소한 대화

1화 아는 길도 물어가라—-필터버블을 의심하라

by 포쇄별감


임비

오, 첫 번째로 골라온 문장이 꽤나 신중하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라는 거잖아.


곰비

맞아. 그런데 요즘은 다른 방식으로 묻고 또 물어야 해.

임비

다른 방식? 요즘엔 물을 데도 많은데, 그거야 껌이지. 예전처럼 도서관으로 달려가거나 선생님에게 쭈뼛거리며 가지 않아도 되니까. 그저 관심만 있으면 언제든 답변은 널려있잖아. 위키백과서전이니 나무위키니 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튜브며 온갖 경험담들까지 줄줄이 올라오잖아.

곰비

맞아. 너무 쉽지. 어떻게 1인 방송시대를 상상이나 했겠어.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길을 물으면 오히려 거대한 개미굴로 인도되니까, 더 신중해야 한다고. 여차하면 개미굴에 빠져서 벽창호가 된다니까. 우린 이미 경험했잖아. 수많은 벽창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일.

임비

갑자기 개미굴은 뭐고 벽창호는 뭐야.

곰비

인터넷에 하나를 묻거나 관심을 가지기만 해도 줄줄이 사탕처럼 유사한 내용들이 추천이란 이름으로 미친 듯이 유혹하잖아. 이른바 알고리즘이란 거.

임비

하지만 난 알고리즘 때문에 편하기도 한데. 내가 관심 갖던 것들에 대해 더 다양한 것들을 제공해주잖아.

곰비

그래. 그럴수도 있어. 하지만 알고리즘은 헤어나오기 힘든 터널이야. 아니 개미굴이야. 이 알고리즘 굴을 따라 자꾸 끌려가다 보면 내 생각은 한쪽 방향으로 깊어지고, 편향되고, 결국 필터 버블에 갇혀서 벽창호가 된다니까. 심지어 알고리즘 따라 일곱단계만 거치면 어떤 경우든 극단적인 것과 연결된다는 주장도 있어.

임비

와, 돌다리를 잘못 두드리면 필터버블에 갇히다니, 그럴 수 있는 시대야. 그렇다고 거대자본이 움직이는 알고리즘을 어떻게 이겨.

곰비

맞아. 아마 예수님도 알고리즘 터널에 빠지면 천국이 문제가 아니라, 윤회의 고리를 어떻게 끊느냐,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몰라.

임비

헐, 네 말대로라면 좀 오싹한데. 그러니 꼰대짓이라도 해봐. 뭔가 있으니까 이 문장을 가져왔을 거 아냐.

곰비

똑똑한 인재들이 거대 자본을 업고 만든 걸 내가 감히 어쩌겠어. 어떤 사람은 추천목록을 따라가지 않거나, 아니면 아예 자신이 검색한 기록을 자동삭제 하는 기능을 쓰기도 한 대. 하지만 그건 한계가 있는 예방책이고. 이미 버블에 갇힌 사람들에겐 백약이 무효한 것처럼 보여서 말이야. 이단종교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단 생각이 드네.

임비

하긴 필터버블이 버블껌은 아니니까.

곰비

줄탁동시(啐啄同時)란 말 알지.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안에 있는 병아리가 톡톡 쪼는 <줄>을 하고, 밖에 있는 어미닭이 탁탁 쪼는 <탁>을 해야 알에서 나온다는 말.

임비

아, 꼰대짓 해도 된댔더니 곧바로 사자성어 들고 나오냐. 그래. 알아. 근데 필터버블이 그런 정도로 깨지면 괜히 필터버블이겠어.

곰비

그러게. 그 버블에 갇힌 사람은 절대 안에서 <줄>이란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확증편향자니까. 그 세상이 옳다고 믿고 있으니까. 그러니 밖에서 <탁>을 해줘야 한다고. 아주 무지막지한 힘이거나 지속적인 압력이거나. 이 버블을 깨뜨릴 연장을 개발해야 한다니까.

임비

헐, 아주 고무적이지만, 막연하군.

곰비

솔직히 제대로 된 처방이 아직 없단 뜻이기도 해. 사이비 종교만큼 크고 끈적한 구덩이가 바로 우리들 스스로 만든 거란 게 믿기지 않잖아. 그렇다고 포기하면 안되니까, 뭐라도 해야지.

임비

모두 야구방망이 하나씩 들고 다닐 수도 없고, 후. 넌 첫판부터 이런 난제를 가져오냐. 매너없게.

곰비

아, 미안. 우리가 지금부터 하려는 말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맹신하지 말란 의미로 들고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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