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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Oct 14. 2024

식당에서도 역시 책, 책, 책

임헌순 <인생학교 램랜드/ 일흔 살에... 그때는 몰랐다!>


이 책은 서울 마포의 양고기 전문식당 <램랜드> 임헌순 사장(이하 임사장)의 이야기다.


느닷없이 양고기 식당이라니..


이 글은 저자에게서 받은 책을 읽고 적는다. 하지만, 별도의 후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고 저자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느낀 감정을 짧게 그려내고자 할 뿐이다.


나의 직장과 <램랜드>가 멀지 않아서 가끔 찾곤 했다. 그때마다 식당은 만석(滿席)이었다. '이 집은 장사가 항상 잘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이 식당이 이렇게 꾸준히 손님이 찾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임사장의 땀과 눈물, 노력과 인내가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엄하고 고지식한 경우가 많다. 임사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에게서 타인을 위하던 커다란 모습이 더욱 크게 기억되고 있다. 넉넉지 않은 집안 사정에도 아버지는 어려운 이웃을 보면 반드시 도움을 줘야 직성이 풀리셨다. 일가친척을 직접 챙기셨고, 당신의 집을 개척교회로 제공하고, 임 씨 가문의 서원(숭모각)을 직접 지으실 정도였다. 그 때문에 가계는 더 힘들었고, 임사장은 결국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어려서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큰 사랑과 베풂을 이해하고 존경했다.


아버지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먹이고 재우는 나눔의 삶을 사셨다.(44p.)


오빠가 취직한 공장 공장장의 집에 식모로 들어간 것이 첫 돈벌이다. 그녀의 남의 집살이와 힘든 돈벌이는 식모살이, 옷공장, 양장점, 식당, 어묵회사, 화장품 판매 등으로 이어졌다. 몸은 힘들어 결핵에 걸리기도 했다. 또래와 다른 자신의 삶이 서러워서 혼자 우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조금씩 커가며 남들보다 일찍 사회성이 생기며 삶의 지혜도 자라났다.

식모살이하면서 외로울 때마다 하나님께 '나는 왜 가난한 집에 태어나 이런 식모살이까지 해야 하나요?'라고 투정을 부렸다.(중략) 양장점은 저녁 9시면 끝났다. 퇴근 후 잠자기 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할 일 없는 저녁에 나는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할까 고민하다가 책을 사서 읽기 시작하였다.(66p., 81p.)


임사장은 어려서부터 일을 했다. 또, 크리스천으로 신앙이 독실하고, 부모님의 가르침에 순종적이었다. 또한 매사에 성실하고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회사 등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런 생각과 경험들은 지금의 성공에 기초가 되었는데, 임사장은 <헌순이 십계명>으로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1.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사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
2. 지금이야 말로 기반을 다질 때다.
3. 자신의 향상을 위해 지나친 노력은 없다.
4. 작은 일이라도 소홀히 대하지 않는 사람은 꼭 성공한다.
 5.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을 향상시켜라.
6. 한 가지 일에 온 정성을 쏟아라.
7. 자신이 몸소 배운 지식이 참된 지식이다.
 8. 허영심을 향상심으로 승화시켜라.
9. 언행은 부드럽게, 의지는 굳건하게, 강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다.
10. 용서받을 수 있는 거짓말을 재치 있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식당 <램랜드>는 수입육전문유통회사가 1989년에 오픈했다. 임사장은 그 회사의 직원이었고 나중에 이 식당을 인수했다. 양고기는 특유의 냄새로 대중적인 인기는 없었다. 하지만, 1년 미만의 어린양(Lamb)을 재료로 쓰고 나서 그 인기가 달라졌다. 삼각갈비, 양곰탕, 전골, 양고기찜 등이 단골이 주로 찾는 메뉴이다.


여러 TV프로그램과 해외 언론을 통해서도 <램랜드>의 성공을 엿볼 수 있다. 또 이 식당을 찾은 유명인들도 한몫을 했다. '꽃순이를 아시나요'의 가수 김국환, 신성일과 엄앵란 부부, 이제는 돌아가신 연예인 송해와 구봉서 그리고 어릴 적부터 즐겨 불렀던 노래 '울려고 내가 왔나'의 주인공 가수 남진까지, 이 식당을 찾아준 분들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한다.


사실, 이 책 <인생학교 램랜드>에 흐르는 저자 임사장의 메시지는 사람에 대한 감사이다. 가장 큰 것은 시댁과 친정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감사가 책 전체에 찰랑거린다. 지역사회에서 효부상을 받고, '효녀'라는 이야기를 들어서가 아니다. 자신을 믿어주고 아껴주는 그분들의 진심에 현실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너끈이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를 보고 친정어머니는 효녀 심청이라고 착하다고 하시면서 힘들까 봐 나는 살림에 손도 못 대게 하셨다. 자식이 뭐라고... 게다가 시아버지는 온 동네 다니시면서 우리 며느리가 최고라며 칭찬하신단다. 나만 있으면 된다고 하신다. 다른 자식 다 소용없다고 하시며 말이다. 얼마나 고마우신 분인지. 시어머니도 내가 제일 예쁘다고 하신다. 세 분 다 내가 최고라고, 나 없으면 못 산다고 하신다. 감사한 일이다.(129~130p.)

두 딸 역시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극진하다. <램랜드>가 한창 커가면서 이들은 식당 일을 돕기 시작했고, 함께 일을 하면서 얻게 된 둘째 사위는 식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다. 모두가 감사하고 감사한 사람이라고 임사장 스스로 다짐한다.


이 식당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수많은 고객의 숨은 도움이 있었다. 비어 있는 식당을 보고 단체예약을 잡아주던 평창동 할아버지, 같은 성씨(임)지만 자신이 나이가 많다고 오빠라고 부르라던 대기업 부사장님, 이 책을 낼 수 있도록 직접적인 도움을 준 민 회장님과 김 감독님, 자기 회사 직원들을 램랜드에 보내 배우게 했던 멋진 본부장님 등 모든 분들이 <램랜드> 그리고 임사장의 은인이 되었다.


<램랜드>의 직원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임사장과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손님들이 "가족이세요?"라고 한단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하면 실제로도 닮지 않을까? 정말 대단한 인연이고 엄청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반면에 당황스럽고 짜증 났던 손님도 많았다. 전골에서 맥주병 뚜껑이 나왔다고 우기던 손님들, 불판에 다리를 데었다고 식사비는 물론 치료비를 물어달라고 했던 젊은이, 고기 먹다가 치아가 부러졌다고 병원비를 청구했던 손님 등 욕이 절로 나오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임사장은 이제 안다. 이 모든 것이 자신과 <램랜드>가 더욱 성장하고, 손님들이 더 맛있는 음식을 찾는 곳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 이런저런 일들을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 세상은 살 만하다. 정말 감사드린다.(223p.)


이처럼 <램랜드>는 저자 임헌순의 굴곡진 삶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은 차분하게, 기쁘고 행복했던 시간은 반짝반짝하게 그녀의 글로 채워져 있다. 또한 크리스천으로서 그녀의 믿음과 사랑도 책장 곳곳에 담겨있다. 마치 <램랜드>의 푸짐한 식탁 같다.

이제 깨닫는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해주신다는 것을..


그녀의 솔직하고 담담한 이야기를 읽으며 그녀의 고향인 충북 연기군의 '임난수 은행나무' 밑에 앉아보기도 했고, 푸른 초원에서 양 떼를 바라보기도 했다. 진상 손님 이야기에는 같이 짜증 냈고, 고마운 이들의 이야기에는 마음이 따듯해졌다. 이 책은 유명한 양고기 식당 주인의 성공스토리가 아니다. 양곰탕에 소주 한 잔 마시면서 듣는 그녀의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이다. 힘들고 배고픈 시절을 견디고 이겨낸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의 순박한 이야기이다. 자신보다 남을 위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임사장의 사랑 실천에 대한 이야기로 <램랜드>에 대한 나의 이야기접으려 한다.


나는 돈이 없을 때도 마음만은 항상 부자였다. 지금이나 그때나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돈을 벌어 남들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이다.(중략) 최고의 행복은 마음 편히 사는 것이다.(2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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